정부가 삼성전자와 이통사에 ‘갤럭시노트10’ LTE 모델 출시를 권고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향후 국내에서도 LTE 버전 갤럭시노트10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LTE 방식의 갤럭시노트10이 나온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지갑을 가볍게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5G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지원금 규모가 LTE 제품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19일 세종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10 LTE 출시를 권유했다"며 "5G 네트워크가 완전 구축되지 않아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통3사도 정부 권유에 맞춰 삼성전자에 LTE 모델을 출시해달라고 최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5G시리즈.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5G시리즈. /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노트10은 23일 국내에서 5G 방식의 제품으로 나온다. 해외에서는 5G 상용화 여부에 따라 LTE 모델만 출시하거나, LTE와 5G 모델을 동시에 내놓는다. 5G 모델만 출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5G 모델의 가격은 LTE 보다 비싸 이득이 많이 남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산에 최적화한 LTE 제품을 파는 것이 더 많이 남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출시에 앞서 한국에는 5G 단일 모델만 판매하기로 일찌감치 결론을 냈다. 5G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이통3사의 요청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이통사는 삼성전자가 LTE 모델 출시를 배제하는 대신 기존 반반씩 내던 공시지원금을 더 많이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10 공시지원금 비용 분담 비율은 이통사가 70~80%, 삼성전자가 20~30%로 책정됐다.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이 50만원이라고 할 때 기존 삼성전자와 이통사가 분담하는 금액은 25만원씩이었다. 갤럭시노트10 5G 폰의 경우 이통사가 35만~40만원, 삼성전자가 10만~15만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10 5G 단일 모델 출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LTE 모델 출시를 권유한 이유며, 이제 제조사의 결단만 남았다.

이통사는 정부의 권유를 받은 후 겉으로 수긍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속내는 다르다.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5G 모델보다 못한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당월매출(ARPU)이 높은 5G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기존 LTE 고객을 늘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이 나올 경우 5G 모델 단일 출시와 비교해 마케팅 비용이 일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줄어 손해다"라며 "LTE 모델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은 5G 대비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가 5G 스마트폰에서도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해주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5G 설비투자(CAPEX)와 고객 모집을 위한 마케팅에 수조원을 쏟아부은 이통사가 그럴리 없다. 5G 가입자 유치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다소 빈약한 혜택을 제공하는 LTE 모델 출시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명분만 충족하면 되는 일이다.

SK텔레콤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G 가입자 목표치로 연내 200만명, 2020년 700만명을 제시했다. KT도 연내 130만명, 2020년 400만명 유치가 목표다. LG유플러스 역시 연말까지 전체 무선가입자의 10%인 130만명 수준으로 5G 고객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이통사는 계획이 다 있다. LTE 모델 출시 이슈도 5G가 가입자가 늘어나는 과도기적 현상 중 하나로 본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5G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선 LTE보다 5G 고객의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라며 "갤럭시노트10 LTE 모델이 출시되더라도 5G를 선택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