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로만 한해 296억달러, 우리돈 약 35조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있다. 국내 업체로 치면 현대모비스나 삼성디스플레이 정도의 매출 규모다. 국내 최대 담배업체인 KT&G와 비교해서도 8배나 큰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 바로 필립모리스다.
담배, 첨단 기술로 재탄생
각국 보건당국의 유해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담배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4%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는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전자담배 등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제품이 속속 개발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첨병에 글로벌 업계 1위 필립모리스가 있다. 2019년 8월 현재, 필립모리스는 2228건의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특허의 명세서 상에 등장하는 모든 기술용어를 노출빈도순으로 도식화해봤다. 보는 바와 같이 ‘Aerosol’, 즉 전자담배의 배출물이라 할 수 있는 증기나 연기 관련 용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필립모리스는 현재 차세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 이제, 필립모리스의 글로벌시장 전략에 한발짝 더 다가가 보자. 출원국별 특허건수를 일일이 다 추려봤다. 역시 자국 US특허 건수가 가장 많다. 하지만, EU나 호주, 일본, 캐나다 등 해외출원 특허 또한 무시못할 건수다. 전체 특허에서 자국특허가 차지하는 비율이 1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한국시장을 잡아라
한국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21%씩 초고속 성장을 거듭, 5조2064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게 유로모니터의 전망이다. 시장 사이즈로만 보면, 국내 헬스케어 산업과 맞먹는 규모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이 시장을, 가만히 바라만 볼 필립모리스가 아니다. 이 회사가 중국보다 많은 특허를 한국에 출원하고 있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립모리스 입장에서 보면, 전자담배는 최고의 효자다. 라이터로 불을 붙여 피는 기존 연초담배 대비, 마진율이 30~50%까지 높기 때문이다. 올해 이 회사 순익 15%는 전자담배가 차지할 전망이다.
필립모리스는 전자담배의 대명사, 바로 ‘아이코스’를 탄생시켰다. 담배업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아이코스가 2016년 한국에 출시되며 새롭게 열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최근 쥴랩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본격 점화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역시, 2023년이면 한국에서만 2688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출시 1년만에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75%를 석권한 쥴랩스 역시, 이미 한국에서만 총 4건의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특허를 출원해놓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내일, 특허는 알고 있다
자 그럼, 필립모리스의 주요 특허 몇가지 살펴보자. 먼저 2012년 2월 유럽특허청에 최우선 출원된 ‘Charging unit assembly’라는 전자담배 관련 디자인 특허다. 4년여가 지나 이 디자인은 ‘아이코스’라는 이름을 달고 제품화돼 한국에 들어온다. 출시 당시 제품과 비교해보면, 도면의 디자인 그대로다. 출시 수년전 대강의 제품 디자인 정도는 이미 어림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다른 특허 하나 더 보자. 필립모리스가 2019년 4월 한국특허청에 등록 완료한 ‘분무기, 전자 담배 및 교체 가능한 액체 저장 장치’라는 특허다. 필립모리스는 이 특허를 통해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액체 저장장치의 분리시 액상의 유출 문제를 개선했다. 특히 액상의 분무방식을 혁신시켜, 고가의 키트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의 한국특허청 등록을 계기로, 필립모리스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쥴랩스와의 일대 격전을 벼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글로벌 매출 증대에 힘입어 작년도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31.1% 급증했다. 웬만한 첨단 IT기업 못잖은 높은 수익률이다.
세계 각국의 강력한 금연정책 속에서도, 모두가 사양산업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와중에도, 필립모리스는 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발굴해왔다. ‘말보로’로 대변되는 170년 전통의 마초기업 필립모리스. 유해와 혐오의 아이템인 담배를, 첨단 하이테크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그들의 절박함과 절실함은, 이 회사 IP포트폴리오 곳곳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유경동 IP컨설턴트는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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