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포털 검색을 기반으로 네이버페이 등을 앞세워 네이버 앱만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탈이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017년 배달의민족과 손잡은 이후 조금씩 음식 가맹업체 수를 넓혀온 네이버 주문하기 메뉴가 현재는 다른 음식배달 앱과 유사한 메뉴 구성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음식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에 입점한 중소 음식점의 메뉴를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

네이버 주문하기 메뉴. (왼쪽)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메뉴는 네이버에서 간편주문이 가능하다. 혹은 배민과 요기요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연동되기도 한다. /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 주문하기 메뉴. (왼쪽)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메뉴는 네이버에서 간편주문이 가능하다. 혹은 배민과 요기요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연동되기도 한다. / 네이버 화면 갈무리
직접 수익보다는 마케팅 효과 높아 "모두가 윈윈"

치킨과 피자 등 대형 프랜차이즈 메뉴는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을 거치지 않고 네이버만으로 주문부터 배달까지 가능하다. 결제 전 네이버 블로그 등에 올라온 해당 음식점 정보와 메뉴, 리뷰 등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네이버페이로 바로 결제까지 연동했다. 네이버는 결제액 1%를 페이포인트로 지급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일반 중소 음식점 메뉴는 배민이나 요기요 앱과 연동된다. 네이버 검색 후 해당 앱에서 주문과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배민과 요기요는 네이버와 정보를 공유하는 제휴 대가로 특별히 수수료를 주거나 받지는 않는다. 모두에 이득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검색 결과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둔다. 배민과 요기요는 자사 앱 뿐 아니라 네이버를 통한 이용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배민과 요기요에 입점 음식점주는 배민과 요기요를 넘어 네이버 검색 결과에까지 노출된다.

배민 관계자는 "직접 매출로 연결돼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는 없다"면서 "1위 포털 사이트에 노출돼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다만 배민과 요기요 측 모두 네이버 검색 제휴 이후 특별히 앱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골목상권 침탈 신호탄 될까

외식업계는 이 같은 네이버 행보를 예의주시한다. 아직까지는 네이버에 약점이 존재하는 만큼 큰 위협은 없지만 거대 포털 사업자라는 점은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는 당장 다른 배달 앱을 대체할 정도의 입지를 갖추거나 직접 라이더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배달 앱을 대체할만큼의 서비스 우위를 갖춘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약점이 분명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음식을 배달하려면 다소 번거로움도 있다"며 "또 음식은 일반 쇼핑 상품과 달리 다양한 가격을 일일이 비교검색해가며 주문하는 수요가 크지 않은 만큼 포털로서 검색 서비스가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큰 축을 이루는 음식배달 시장을 네이버가 이대로 지나칠리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네이버는 결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생활밀착형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 이는 분명 업계에 위기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네이버는 11월 페이 사업부문만 별도 자회사로 설립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 월 이용자수는 1000만명, 월 거래액은 1조원 수준이다. 결제와 검색 기능을 앞세운 네이버가 음식배달 분야에서도 가맹점을 확대해 나가는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네이버는 또 오프라인 음식점에서 테이블에서 모바일 주문부터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기능을 올해 3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올해 3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배달 앱 간 경쟁을 넘어 쿠팡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도 앞두고 있다"며 "이 시장을 거대 공룡 네이버가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네이버가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지만 결제 기능과 포인트 적립을 기반으로 음식배달 시장에서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