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vs. 화웨이…자동차용 OS 시장도 미·중 양강 구도

화웨이 독자 운영체제 ‘훙멍OS’(鴻蒙, HarmonyOS)를 담은 중국차가 곧 나올 전망이다. 화웨이가 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보류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미·중 무역 갈등 양상에 따라 스마트폰보다 자동차에서 먼저 상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화웨이센트럴 등 중국 현지 외신에 따르면 중국 1위 자동차회사인 지리자동차가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 훙멍OS를 지원하는 신형 SUV 출시를 알리는 포스터를 게재했다. 지리자동차는 포스터에서 ‘최고의 운전 체험을 약속드린다'고 밝혀, 새로운 자동차 OS 채택을 암시했다. 자동차 출시 일정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훙멍OS’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리자동차가 최근 게재한 신형 SUV 광고물. / 웨이보 발췌
지리자동차가 최근 게재한 신형 SUV 광고물. / 웨이보 발췌
화웨이는 지난 9일 독자개발한 오픈소스 운영체제 훙멍OS를 공개했다. 흥멍OS가 탑재될 첫번째 양산품으로 스마트 TV와 스마트 워치 등이 거론됐지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OS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기술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화웨이도 훙멍OS 발표 때 적용 가능한 분야로 스마트 워치, 스마트 스크린, 스마트 스피커와 함께 자동차 운영체계(In-vehicle system)를 언급했다.

지리 신형 SUV에 훙멍 OS가 적용될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 등 자동차용 OS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심화속에서 양국간 ‘카 OS’ 시장에서의 한판 승부도 예상된다. 현지 매체는 이번 자동차용 흥멍 OS가 음성통화, 차량 원격조종, 실시간 차량 정보 공유 등에 활용될 것으로 분석했다.

훙멍 OS가 자동차 시장에서의 잠재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중국 시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토종브랜드 중 일부만 훙멍 OS를 선택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자동차 생산대수는 약 2780만9000대다. 전년 대비 2.8% 감소하며 시장 위기설까지 돌았지만 여전히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예상된다. 훙멍OS가 주목 받는데는 미중 무역 갈등속에 등장해서다. 지난 5월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관련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화웨이 자체 OS 개발에 속도가 붙은 바 있다.

그러나 화웨이는 이달 미국 뉴욕 미디어 행사에서 올해 중 훙멍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미국 제재가 장기화한다면 모를까 스마트폰에 독자적인 OS를 깔 생각이 당분간 없다는 뜻이다. 화웨이로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독자 OS는 불가피할 때만 쓸 카드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중국 내수 시장에 치우쳤다. 훙멍OS가 스마트폰보다 자동차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 브랜드 외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화웨이의 OS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신차 개발에 필요한 시간은 4~5년, 신기술 도입 시 안정성 검증 등을 위해선 수 년의 검증기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훙멍OS가 공식 발표된지 불과 한달이 채 안됐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화웨이가 훙멍OS 도입을 논의하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