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프로젝트(Project)를 진행하는 것보다 자사 프로덕트(Product)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구축 핵심입니다."

최근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다. 구글 딥마인드조차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개발하면서 인간을 닮은 방식으로만 추진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자사의 프로덕트가 아닌 타사 프로젝트로만 사업을 진행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Ai I-CON 주최 ‘제1회 밋업(meet up)’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김동진 기자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Ai I-CON 주최 ‘제1회 밋업(meet up)’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김동진 기자
이경전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선릉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Ai I-CON 주최 ‘제1회 밋업(meet up)’ 행사에서 ‘실세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사례와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 기반 스타트업들의 문제점을 꼬집어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이날 행사는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와 기업가가 모여 자유롭게 산업 발전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도모하는 대화의 장이다. Ai I-CON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운영을 지원하는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로 AI 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우리나라 AI 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지원한다.

  Ai I-CON이 주최한 ‘제1회 밋업(meet up)’ 행사에서 경청하는 참석자들. / 김동진 기자
Ai I-CON이 주최한 ‘제1회 밋업(meet up)’ 행사에서 경청하는 참석자들. / 김동진 기자
"실생활 도움돼야 AI 비즈니스 성공"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AI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핵심을 전하며 한국서 주목해야 할 ‘AI 3대 기업’으로 ▲센드버드 ▲뤼이드 ▲플루언티를 소개했다. 이들 기업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성공한 공통점이 있다.

그가 특히 실생활에 AI 기술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은 업체는 뤼이드다. 뤼이드는 AI기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EduTech) 기업으로 ‘산타토익’을 운영한다. 산타토익은 AI를 활용해 사용자별 최적화한 토익 학습 방식을 제시한다. 틀릴 만한 문제를 추천하고 난이도별 풀어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취업에 꼭 필요한 토익 점수를 높여주기에 시장 반응도가 높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뤼이드는 최근 200억 펀딩을 받았다. 가입자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향후 토익 문제뿐 아니라 수학 등 다수 분야 객관식 문제에도 적용 가능하다. 글로벌 진출에도 장벽이 없는 이유다.

센드버드는 PC나 모바일에서 메시지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채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플루언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화형 챗봇을 선보인 AI 스타트업이다.

이경전 교수는 "기업은 인간과 닮은 AI를 만들려고 한다"며 "하지만 AI는 사람을 닮기보다는 사람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가 사람을 완벽히 대체하는 휴머노이드가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3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AI 스타트업은 AI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을 진행하는 (왼쪽부터)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신임철 뤼이드 부사장. / 김동진 기자
패널 토론을 진행하는 (왼쪽부터)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신임철 뤼이드 부사장. / 김동진 기자
AI, 기술 아닌 ‘활용’으로 접근해야…윤리 문제 선행돼야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박사와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신임철 뤼이드 부사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AI를 향한 우려의 시선과 윤리 문제, 향후 사업 적용 방안 등 다채로운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일각에서는 AI로 인해 대량 실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향후 의사나 법관 등 전문직까지 실업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또 현재의 AI는 인간지능을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AI 붐이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일 대표는 "미국에서는 100년간 실업률이 매년 유사했다"며 "실업률 증가는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 위기 때 발생했지 2차 산업혁명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노동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이었지만 지금은 30시간 언저리인 게 핵심이다"라며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실질 GDP는 8배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풍요로운 사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신임철 부사장은 "챗봇과 AI 스피커가 인간과 완벽히 대화하지 못한다며 그 한계를 지적하지만 1인 가구나 노인 등에게는 가벼운 대화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완벽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현재 도입 가능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성원 박사는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윤리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현재 미국은 정부와 민간이 AI 산업 확대를 논하며 윤리 문제를 함께 중점적으로 다룬다"며 "우리나라도 이 부분에 관심을 두고 논의해 국제 표준에 입각한 윤리와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을 AI 윤리 문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았다. 공산주의라는 정부 체제 특성상 윤리보다는 국가의 가치관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중국을 의식해 윤리 문제에 치우치면 AI 기술 개발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박사는 "얼굴 인식 기술은 개인 이동 경로 등을 추적할 수 있어 윤리 문제를 유발하지만, 중국은 이미 수천만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