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한국 아트 펀드 실패史, 시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19.08.28 12:54 수정 2019.08.28 14:38
벨에포크자산운용이 8월 말 아트 펀드 ‘벨에포크 Art Signature I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 1호’를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펀드 목표수익률 5.5%,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힌다.

과연 이 아트 펀드는 한국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아트 펀드가 성공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부터 증명한다.

우베멘토는 2019년 발간한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 Vol.10에서 올 상반기 세계 경매회사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작품 ‘건초더미(Meules), 1980’는 1986년 5월 14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 253만달러(30억7040만원)에 낙찰됐다. 33년 후 2019년 5월 14일 미국 뉴욕 소더비(Sotheby’s) 경매에 이 작품이 다시 올랐다.

응찰자 6명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낙찰가는 1억1074만달러(1343억9406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작품은 올 상반기 최고 거래 금액,그리고 430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사례로 제프 쿤스(Jeff Koons, 1955~)의 작품 ‘토끼(Rabbit), 1986’가 있다. 상반기 낙찰가는 9107만달러, 1105억2255만원이다. 그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를 넘어 최고 거래 금액을 기록한 생존 작가가 됐다. 이 작품은 27년 전인 1992년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에서 100만달러(12억1350만원)에 팔렸다. 27년간 수익률은 무려 9000%에 달한다.

이처럼 고수익 예술품 투자 사례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이 예술품에 투자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비싸서다. 집합 사모 펀드인 아트 펀드가 이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아트 펀드로 꼽히는 ‘The British Rail Pension Fund(BRPF)’는 26년간(1974년~2000년)간 예술품에 투자했다. 누적 투자 금액은 4000만파운드(595억4600만원) 규모였고 연평균 수익률은 약 10%였다.

2000년대 중반 세계 예술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자 한국에도 ‘만기 3년’ 가량의 아트 펀드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 펀드는 주로 ‘갤러리’를 통해 예술품을 사고 팔았다. 갤러리가 펀드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 투자 기간도 앞서 든 예처럼 수십년이 아니라 3년에 불과했다.

결국 당시 한국의 아트 펀드 모두는 청산 시점에서 두자릿수 손실을 기록해 해·청산됐다. 실패 원인은 ‘기초자산의 투자 사이클 대비 극단적으로 짧은 펀드 수명’과 ‘판매자와 운용자간 이해 상충에 의한 구조적 실패’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한국 아트 펀드는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대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벨에포크 Art Signature I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 1호는 한국내외 대형 갤러리나 경매사, 딜러법인이 거래하는 예술품을 담보로 대출 투자를 집행해 이자를 받는 구조다.

예술품이라는 자산은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다. 시장 변동에도 비탄력적인 특징을 가진다. 이 아트 펀드는 금리 상승 시 대출 금리와 연동해 수익을 만들 수 있다. 금리가 하락해도 인플레이션 기대감으로 자산(예술품)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벨에포크 Art Signature I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 1호는 아트 펀드가 아닌 ‘예술품 담보 대출 펀드’로 봐야 한다. 예술품을 담보로 서울옥션의 신용(한국기업평가 기준 B-)을 기반한 보증을 활용, 경매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이 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서울옥션이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할 경우’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펀드 구조는 사실상 정크본드(BBB이하의 채권) 투자 수준이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실질적으로 ‘예술품’이 아닌 ‘서울옥션의 비투자등급 회사채’의 재무리스크에 노출된다.

심도 있는 금융적 고민 없이, 정크본드 투자를 아트 펀드처럼 홍보하는 점이 아주 안타깝다. 장기 투자나 창의적 대체투자를 허락하지 않는 한국 자산운용 시장의 문제점을 보는 것 같아서다.

제대로 된 아트 펀드를 출시하려면 동산 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는 현재 한국 자본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채권 투자를 예술품 투자로 포장해야 하는 지금의 시장 상황을 고쳐야 한다. 한국 아트 펀드의 실패 원인은 시기보다는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다. 문제를 인식하고 진정한 의미의 아트펀드를 만들 토대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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