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실패라는 시체가 쌓인 탑 위에 올려진 예쁜 조약돌이다. 성공과 실패는 완전히 다르지 않다. 성공 원재료는 실패고, 성공은 실패의 누적물이다."

박병종 콜버스 대표는 2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 스타트업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콜버스는 2017년부터 버스대절 가격비교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콜버스는 2015년 12월 심야버스 공유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규제 벽에 부딪혀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박병종 콜버스 대표가 2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 스타트업 세션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박병종 콜버스 대표가 2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 스타트업 세션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당초 콜버스는 심야 시간에 13인승 밴을 부르는 앱 서비스였다. 이 아이디어는 박 대표가 기자 재직 시절 야근 후 택시를 이용할 일이 많았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택시 탑승거부에 시달렸다. 아무리 ‘빈차'라고 빨간 불이 켜진 택시를 잡아도 목적지를 얘기하면 다들 운행을 안한다거나 건너편으로 가서 탑승하라는 대답만 했다.

이 문제를 바꾸고 싶었다. 기자였던 그가 실제 취재해보니 오후 10시부터 택시를 타려는 수요는 증가하는데 정작 공급은 떨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새로운 택시 공급처가 될 수 있었던 우버는 불법 논란에 휩싸여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오후 10시 이후 택시수요를 메울 공급처를 찾다보니 학원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학원 버스는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 이후 운행을 하지 않는다. 같은 지역으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한데 묶어 학원 버스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된 이유다. 서울 지역 야간 교통 수요를 계산해보니 연간 2조원쯤에 달한다는 분석도 사업을 준비하던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박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혁신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고 기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성공처럼 보였다. 택시 승차거부에 시달렸던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만 400여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

‘밥그릇'을 뺏긴 택시업계가 불법 논란에 불을 당겼다. 국토교통부도 택시업계와 갈등을 중재한다며 콜버스를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4시)에 강남 3구에서만 운영하도록 했다. 차종도 13인승 이상 차량으로 제한했다.

한순간에 실패로 돌아서는 듯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토부는 콜버스를 택시와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중재했다. 대신 버스는 사라지고 택시로 대체됐다.

그는 "국토부가 마련한 자리에서 택시 측은 콜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택시 250대를 공급하기로 제안했다"며 "국토부도 믿어달라고 했고 택시조합 이사회서도 승인이 떨어져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듯 했다. 택시 업계는 최초 17대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2년 간 단 한 대도 늘지 않았다. 250대는 말 뿐이었다. 17대로는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설마 국토부도 있는 자리인데 거짓말을 했을까 싶었지만 계약서를 안 썼던 것이 문제였다"며 "기득권 쪽에서는 정말 영민하게 전략을 짜고 정부와 같이 실행하는데 우리는 그걸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말과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한 대 제대로 맞으면서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 낙후된 전세버스 시장을 겨냥해 사업모델을 수정했다. 고작 3개월 치 회사 운영자금만 남아있었다. 콜버스는 두 달 만에 전세버스 매칭 서비스를 만들었다.

콜버스 버스대절 가격비교 예약 서비스는 5분 만에 견적 확인이 가능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10분 만에 전세버스를 매칭한다. 평점 시스템이 도입돼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기사만 서비스에 계속 남을 수 있다. 현재는 월 거래액이 13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전세버스 4만대 중 1만대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회원사는 250개로 늘었고 이용자 만족도는 94%에 달한다.

박 대표는 성공 비결로 매일 거듭하는 실패를 꼽는다. 박 대표는 "콜버스는 현재도 매일 A/B테스트(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A와 B라는 조건 차이를 두고 어느 쪽이 이용자 반응이 좋은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하루에 두 세 번 이상 실패를 거듭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테스트의 실패한 결과물은 매일 늘지만, 그만큼 성공을 위한 밑거름도 늘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일주일 중 한 번은 유의미한 성공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매일 실패를 진행해야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며 "실패가 경험이자 지식이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특히 대기업과 달리 조직 전체가 작기 때문에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 비결은 연역법이 아니라 귀납법적으로 빠르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보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실패에 좀 더 관대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번의 실패를 겪은 뒤 성공은 결국 실패의 누적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한국 사회 제도가 실패를 용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