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게임을 개발할 때 시작단계부터 유저에게 어떤 감성과 경험을 전달하려는지를 고려해야합니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중간한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대진 스마일게이트 개발본부장은 2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IT조선이 개최한 VR콘퍼런스 ‘넥스트 VR 2019’에서 ‘VR게임에서 유저 경험을 디자인하기’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7월 시장에 내놓은 VR게임 2종(포커스 온 유, 로건)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철저하게 반영해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대진 스마일게이트 개발본부장이  ‘VR게임에서 유저 경험을 디자인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차주경 기자
김대진 스마일게이트 개발본부장이 ‘VR게임에서 유저 경험을 디자인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차주경 기자
그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강조한 이유는 아직 전체적으로 VR 시장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기대에 비해 시장은 커지지 않고 있는 데다가 관련 장치 성능이나 콘텐츠도 질과 양이 충분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릭터는 어색하기만 하다. 캐릭터나 스토리의 어색함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스마일 게이트는 VR 시장의 ‘메가 밸류(Mega Value)’를 찾기 위해 지속 투자·개발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2013년부터 VR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해 왔다. VR 시장이 차세대 시장으로 보고 콘텐츠와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R&D에 나섰다. 그 결과 7월 출시한 두 게임(포커스 온유, 로건)은 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포커스 온 유(Focus on You)의 경우 출시 전 대만과 일본, 언리얼 서밋 2019 등 외부 행사에서 먼저 공개해 호평을 얻었다. 이 게임은 스토리 기반 VR 연애 게임으로, 7월 5일 PS4와 PC(스팀) 플랫폼으로 발매됐다. 이용자는 이 게임에서 사진을 전공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여주인공인 의상 전공 2학년 학생 한유아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며 교제하게 된다.

김 본부장은 "‘포커스 온 유’를 통해 유저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며 "매력있는 캐릭터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 개발팀 고민이 상당히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설명했다.

‘포커스 온 유’의 여자 주인공 한유아.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 공식 유튜브 갈무리
‘포커스 온 유’의 여자 주인공 한유아.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 공식 유튜브 갈무리
이용자에게 첫사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울인 제작진 노력은 3가지로 요약된다.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위해 모션과 얼굴 캡처 기술을 조합해 실감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 본부장은 "여기에 스타를 한 명 만드는 것과 비슷한 노력을 들였다"고 말했다.

청각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외산 VR게임은 외국인 성우를 기용한 뒤 이를 자막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몰입도를 다소 떨어뜨리는 요소다. 제작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일본 성우를 기용했다.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여주인공과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게임에 사진을 찍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자는 사진기를 들고 셔터를 눌러 한유아 사진을 찍으며 교감한다. 게임 내에서 어떤 포즈가 좋을지 목소리로 권하거나 포토 프린터로 출력하고,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여주인공과 목소리로 교감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구글 클라우드 스피치 API를 활용했다. 김 본부장은 "대사를 직접 읽는 플레이 방식은 상당히 이색적이라 처음 접한 이용자는 쑥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막상 해보면 만족도가 높고, 2회차 이후 플레이에서는 감정을 이입해 연기를 선보이는 플레이어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포커스 온 유’ 소개 영상.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 공식 유튜브 갈무리

또 다른 VR 대표작인 ‘로건’은 잠입 액션 장르 VR 게임이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잠입, 급습 등 액션을 구현하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감을 유저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현장감을 주기 위한 소리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테면 경비병이 문 밖에서 발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경우, 단순히 사운드 볼륨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생생한 느낌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제작진은 고주파 사운드가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낮은 저주파 사운드만 통과한다는 점을 게임에서 구현했다.

이 밖에 귓바퀴를 이용하거나 게임 내 캐릭터의 길 찾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소리 정보를 계산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생생한 잠입 액션을 경험하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하고 외부에 투자하면서 스마일게이트가 VR 산업을 지속해서 이끌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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