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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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시장 진출 이후 파죽지세로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잠식했던 다이슨. 이후 날개없는 선풍기와 구멍 뚫린 헤어 드라이기 등 내놓는 제품마다 국내 시장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지난 1993년 영국에서 창업한 다이슨은 이미 그 10년전인 1984년 Bagless, 즉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의 발명을 마쳐놓은 상태였다. 전체 인원의 절반인 5800여명을 엔지니어와 과학자로 두고 있는 다이슨은, R&D 비용으로만 800만 파운드, 우리돈 117억원을 일주일마다 다 써버립니다. 회사 성장史가 곧, ‘특허 출원史’인 다이슨의 IP세계로 빨려 들어가 보자.

‘출원추이’라 쓰고, ‘제품출시’라 읽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다이슨이 한국에 특허를 출원한 추이다. 여타 글로벌기업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연도별 부침이 심하다.

다이슨의 한국특허 출원추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다이슨의 한국특허 출원추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왜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그래픽 자료를 하나 더 보겠다. 아래 표는 다이슨이 한국에 출원한 특허를 IPC코드 즉, 기술분류별로 묶어, 어떤 분야에 출원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거다.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청소기 관련 특허가 제일 많긴 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신형 브러시리스 모터 청소기를 비롯해 선풍기 등 공조가전과 헤어드라이기 관련 특허들이 몰려 출원되는 걸 시계열로 확인할 수 있다.


기술분류별 특허 출원추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기술분류별 특허 출원추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보면, 각 코드별 출원 구간이, 해당기술 적용 제품의 출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예컨대, 헤어드라이기의 경우 다이슨이 슈퍼소닉을 한국시장에 공식 출시한 2016년 직전에 관련 특허가 집중 출원됐고, 이후에는 다소 소강 국면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각 제품별 마케팅 시기에 맞춰 해당 특허가 몰리다보니, 출원 추이에도 ‘업&다운’ 즉,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거다.

이번엔 이걸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겠다. 만약 특정 기술군의 출원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면, 출시 예정작의 귀납적 추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해봤다. 다이슨이 국내에 출원한 481건의 특허를 전수 조사한 결과, IPC코드번호 ‘A61C’ 즉, 치과 및 구강위생 관련 기술군에서 총 12건의 특허출원이 초집중된 이상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렇다. 이는 조만간 다이슨이 국내 ‘전동칫솔 시장’에 깜짝 진출할 꺼란 걸 알려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전동치솔 관련 특허출원 추이(미공개건 제외)./자료: 특허청·윈텔립스
전동치솔 관련 특허출원 추이(미공개건 제외)./자료: 특허청·윈텔립스
그 가운데 2019년 5월 심사가 청구돼, 2019년 7월말 현재 한국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건을 하나 보겠다. ‘세정 기구’라는 명칭의 특허다. 일반적인 칫솔모를 통한 진동 세척은 물론, 물 분사형 세정도 가능하다는 점이 이 특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동칫솔과 함께 제공되는 치간세정 전용 노즐을 통해 손잡이 부분에 담겨져있던 물이 순간적으로 강력 분사되는 방식이다. 다이슨 특유의 강력한 펌핑 테크놀러지가 없었다면, 명세서도 못내밀 특허다.


‘세정 기구’ 특허 도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세정 기구’ 특허 도면./ 자료: 특허청·윈텔립스
일본에서도 다이슨은 2017년 한해에만 칫솔모 관련 디자인특허를 총 207건 집중 출원했다. 이는 그 해 일본에서 출원된 전동칫솔모 관련 전체 디자인특허의 97%에 해당하는 건수다. 전에 없던 특이 현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단 1건의 관련 특허도 출원한 적 없는 다이슨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다이슨표 전동칫솔의 본격 출시가 임박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 경쟁사를 압도

물론, 다이슨은 거대 글로벌 전자업체들에 비해 절대 특허보유수는 적다. 하지만 다이슨이 작정하고 달려드는 분야에선 얘기가 다르다. 예컨대, 다이슨의 주력 무기 ‘DDM’(디지털 모터)에 기반한 ‘사이클론 청소기’ 관련 분야(F텀 코드: 3B062 AH00)에선 도시바나 파나소닉, 삼성전자 등 주요 경쟁사를 압도한다.

사이클론 청소기 관련 일본특허 출원건수 비교(단위: 건)./ 자료: 日 IPL경영전략연구회. 2019
사이클론 청소기 관련 일본특허 출원건수 비교(단위: 건)./ 자료: 日 IPL경영전략연구회. 2019
전기차 관련 특허에 주목

몇해전 다이슨은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흔히 브러시리스 모터로 불리는 ‘무정류자 전동기’ 관련 특허(F텀 코드: 5H560)의 출원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0년 이후 매년 10건 내외씩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출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 기술은 모터의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회전수나 토크 제어에도 강점이 있어 전기차는 물론, 청소기나 선풍기, 드라이기 제조에도 널리 적용 가능하다. ‘V10’이라는 브러시리스 모터의 이름을, 이 모터가 적용된 완제품 청소기 제품명에 그대로 사용할 정도다. 그만큼 전동기 개발에 애착과 내공이 깊은 다이슨이다. 우려와 달리, 신규 플레이어임에도 불구, 전기차 개발에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기차 제조의 또다른 한 축인 ‘배터리’ 관련 기술 분야에선, 다이슨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특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이슨이 채택 계획을 밝힌 바 있는 All-Solid Battery, 즉 ‘전고체 전지’와 관련해선 출원건이 전무한 상태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이 2019년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고체 전지의 실용화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다이슨이 미국의 올-솔리드 배터리 전문 스타트업 ‘삭티3’를 1300억원에 인수한 만큼, 향후 전고체 전지에 대한 특허동향을 면밀히 추적하다보면, 이른바 ‘다이슨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사양과 출시 시점을 어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亞 특허에 포커싱

다이슨은 지난해 11만 파운드, 우리돈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시아시장에서 벌어간 돈다. 특히 아태지역 성장률은 73%에 달한다. 각각 21%와 19%에 그친 유럽과 북미 시장 대비, 엄청난 성장세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매우 정교하게 구축중인 다이슨 IP전략에 더듬이를 세워야하는 이유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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