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 변호사 "누구나 손쉽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AI 활용"

지난 8월 29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근로계약서 법률 자문을 놓고 변호사와 인공지능(AI)이 맞붙었다. AI의 완승으로 대결은 끝났다. 순식간에 관련 법 조항과 누락 사항을 찾아내는 AI의 속도와 깊이를 사람이 따라잡지 못했다.

많은 법조인의 관심 속에 치러진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에 등장한 AI 기반 근로계약서 분석기를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인텔리콘연구소다.

이 기업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세계법률인공지능경진대회(COLIEE)에 참여해 2016년(도쿄)과 2017년(런던) 2년 연속 우승했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사건 판례와 법령을 빠른 속도로 찾고 관련 자료를 분석해 설명을 덧붙이는 ‘지능형 검색기’를 개발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로 근로 계약서를 분석해 누락·위반 사항을 알리는 ‘근로계약서 분석기’도 만들었다. 올 하반기나 내년 초 상용화할 예정이다.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 변호사 / 김동진 기자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 변호사 / 김동진 기자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변호사를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술 개발 배경을 들어봤다.
임 대표는 "자신이 맺은 근로계약이 적법한지 여부가 궁금한 개인이 변호사에 자문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라며 "시민들이 손쉽게 법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AI 법률 자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근로계약서 분석기’에 계약서를 올리면 AI가 문서 전체를 읽고 자동으로 조항별 위험 요소를 알려준다. 필수 조항이 누락된 경우 뭐가 빠졌는지도 알려준다.

이 분석기는 ‘지능형 검색기’와 맞물려 움직인다. 지능형 분석기는 위험 요소와 관련된 법령과 판례, 해설을 제공한다. 누락 조항이 지닌 법적 의미와 설명도 덧붙인다. 계약 당사자의 특성(나이, 성별, 기업 규모, 근무 형태 등)을 고려한 해설도 제공한다.

근로계약상 위험 요인과 관련 법령 및 판례를 찾아주는 인텔리콘연구소의 근로계약서 분석기 이미지 / 김동진 기자
근로계약상 위험 요인과 관련 법령 및 판례를 찾아주는 인텔리콘연구소의 근로계약서 분석기 이미지 / 김동진 기자
임 대표는 "다수가 법 혜택을 누릴 영역으로 사업을 선정하다 보니 근로계약서 분석을 선택했다"며 "노동법 위반 피해를 본 개인에게 우선 혜택을 제공하고 추후 적용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리걸테크 기술이 힘을 받으려면 빅데이터 확보가 절실하다. 근로계약서가 많이 쌓일수록 서비스 정교함은 올라간다"며 "많은 법조인이 리걸테크에 관심을 두고 참여해야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기술을 활용해 법적 문제 해결을 돕는 서비스를 두루 아우르는 말이다.

리컬테크도 결국 법률인의 업무 효율을 높일 도구

임 대표는 근로계약서 분석기를 협업지능(Collaborative Intelligence)의 목적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협업 지능은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활용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개념이다. AI가 일차적으로 계약서를 빠르게 검토하고 관련 법안을 추천하면 법률 전문가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식이다. 사람이 할 일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 대결에도 순수 AI가 아닌 AI+변호사팀이 출전했다.

그는 "영국에는 개인이 궁금한 사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법안을 검토해 답변해주는 AI 법률 자문 챗봇도 있는데 한국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며 "근로계약서 분석기는 전문 법조인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리걸테크 기술이 발전하면 법조인을 대체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임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나 복잡다단한 법률 검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판단은 결국 전문 법조인이 내린다. 현행 변호사법(제34조 제5항)도 순수 AI만의 변호사 업무 수행을 금지한다.

한국 리걸테크 산업은 AI 형량 판단기 ‘컴퍼스’를 활용해 판결까지 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초보적인 단계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신생 기업임에도 한국 리걸테크 산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책무까지 맡았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리걸테크가 활성화하려면 정부와 산업, 학계, 법조계까지 나서 연구와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며 "인프라 조성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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