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규제 대폭 완화하는 中정부…인허가 간소화·투자 지원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일동바이오사이언스 등 中 출격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바이오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바이오의학 기술력을 가진 외자기업의 유치를 장려하는 동시에 바이오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내년까지 대폭 확대하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파머징 마켓으로 통하는 동남아 시장도 여전히 뜨겁지만, 중국으로도 글로벌 선두 업체가 하나 둘 모여드는 양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픽사베이 갈무리
./픽사베이 갈무리
韓 제약바이오 기업, 中으로 우루루 몰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가장 최근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기업은 일동홀딩스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다. 업체는 중국 강마이천생물과기유한책임공사와 손잡고 프로바이오틱스 및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추진한다. 강마이천생물과기유한책임공사는 중국 상둔성 칭다오에 위치한 건강식품 개발·유통사다. 중국 내 60여개 지사와 1만7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헬스케어 기업 ‘신생활그룹’과 파트너십으로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강마이천생물과기유한책임공사와 프로바이오틱스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원료 및 소재 등은 향후 강마이천생물과기유한책임공사와 신생활그룹에 공급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행보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월 중국 바이오 제약사 ‘3S바이오’에 대장암과 폐암 치료제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베바시주맙)’ 등 일부 파이프라인 판권을 위임하면서 현지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홍콩계 다국적 기업 ‘난펑그룹’과 손잡고 브이셀 헬스케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브이셀 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주력 제품인 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등 3가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중국 내 개발·제조·판권을 갖는다. 셀트리온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의약품 허가 절차에 따라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께 중국 현지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추가로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中 바이오시장, 연평균 13~16% 넘는 성장률 기대

한국 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중국 바이오 시장의 빠른 성장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3%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207조5190억원에서 2020년 304조623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도 중국 바이오시장에 낙관적인 평가를 내린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8년 중국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가 93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6%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이같은 성장은 중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에 가입한 중국 정부는 임상시험 승인 신청 또는 신약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최근에는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복제약을 늘리고 외자기업에 세제 혜택 또는 R&D(연구개발) 투자 지원 관련 보상책을 단계별로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유로 중국 헬스케어 시장은 장기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내다본다.

중국 내 ‘큰 손’들도 투자자로 나서 성장에 힘을 보탠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등에 의료보험 혜택 적용을 확대하면서 중국 바이오 펀드 수익률은 하늘을 모른 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중국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모아 놓은 CSI300헬스케어 지수는 근 3개월 새 19% 가량 올랐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여기에 같은 기간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모아 놓은 KRX헬스케어 지수가 잇따른 악재에 17.9% 하락했다는 점은 국내 바이오 업계의 중국 시장 진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시작으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신라젠 임상 중단 등 국내 바이오 업계는 잇따라 악재에 시달렸다.

"규제 완화된 세계 2위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은 당연"

실제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한국 바이오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당연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세계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이 규제완화를 선언한데다 바이오 의약품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중국은 규제 완화로 바이오 생산 공장 인허가를 빨리 내주는 편이다"라며 "특히 외자기업에 세제 혜택 또는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어 국내 바이오기업으로써는 진출을 안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중국 진출이 라이벌사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생산 확대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HKEX)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한다"며 "그에 맞춰 의료비도 상승하는 만큼 글로벌 바이오·의료기업들이 양질의 상품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공급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