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wavve)가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대항마를 목표로 18일 공식 출범한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 콘텐츠연합의 푹이 합쳐져 규모를 키웠다. 2023년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가입자와 매출 목표 모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보유 콘텐츠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 외에는 해외시장에서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타깃 지역을 넓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플랫폼 진출 가능 여부가 관건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해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 웨이브 제공
. / 웨이브 제공
웨이브는 4월부터 시작한 SK텔레콤 제휴 프로모션으로 푹 가입자 수가 급성장 중이라며 2023년 말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30% 지분을 가진 1대 주주 SK텔레콤의 모객력을 믿는 눈치다. SK텔레콤은 유료가입자 증가에 따라 최대 50%의 웨이브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이상우 웨이브 서비스 본부장은 "SK텔레콤의 모객력은 세계 어디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입자 유치가 SK텔레콤 지분 획득과 연관돼 있어 목표인 500만 가입자 달성에 SK텔레콤의 도움이 클 것같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가격 경쟁력의 벽부터 넘어야 한다. 웨이브는 베이직(HD) 7900원, 스탠다드(FHD·2인 공유) 1만900원, 프리미엄(UHD 포함 최상위 화질·4인 공유) 1만3900원 등 3종 상품을 제공한다.

넷플릭스(베이직 9500원·스탠다드 12000원·프리미엄 14500원) 대비 스탠다드와 프리미엄은 저렴하다. 하지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끌어올 만한 메리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디즈니+(6.99달러)나 애플TV+(4.99달러)이 내세우는 요금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웨이브가 목표로 밝힌 매출 5000억원을 단순히 가입자 목표인 500만명으로 계산하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10만원이다. 1인당 평균 요금은 1만900원인데 가입자 만으로는 매출을 만들 수 없다. 결국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의 해외 판매 및 광고 수익이 따라줘야 한다.

정욱 콘텐츠웨이브 CFO는 "5000억원 매출의 소스는 국내 구독료뿐 아니라 해외진출에 따른 콘텐츠 독점 판매나 광고 수익이 모두 합쳐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을 단계적으로 나눠 추진한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용 서비스를 1단계로 시작해 2단계 현지교민 대상 서비스를 시행하고, 3단계로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가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웨이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이태현 웨이브 대표가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웨이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해외 시장 1차 타깃이 동남아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은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선진국으로 플랫폼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태현 대표는 "현재 해외 진출 타깃은 동남아지만 국내총생산(GDP)이 낮아 재무적으로는 도움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선진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통합 OTT를 위해 6개월간 노력한 결과 푹과 옥수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콘텐츠를 가지고 미국 등 선진국, 아시아의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웨이브는 2000억원의 초기 재무투자 유치로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2019년 KBS2 미니시리즈 ‘녹두전’에 100억원을 투자한다. 2020년에도 드라마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에 달하는 콘텐츠 제작 투자에 나선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초기에는 시청자 접점 확대 차원에서 지상파에서 실시간 방송이 되지만, 가입자가 200만~300만명으로 늘면 자체 방송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웨이브 조희열 CTO·정욱 CFO·이태현 대표·이상우 본부장·이희주 본부장. / 이광영 기자
왼쪽부터 웨이브 조희열 CTO·정욱 CFO·이태현 대표·이상우 본부장·이희주 본부장. / 이광영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해외 OTT와 경쟁하기 위한 자본 유치 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OTT와 유료방송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플랫폼사업본부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규제틀 안에 포함해도 법 위반시 유럽처럼 3조원 가량의 세금을 때리는 제재는 하기 어렵다"며 "OTT 규제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규제의 무게는 국내 OTT 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데 실효성 있는 규제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OTT를 유료방송과 같은 수준으로 얘기하기 전에 지상파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유튜브,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건 웨이브뿐만이 아니다. 전체 미디어 규제 수준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주 본부장은 규제 완화 및 개선을 위한 대표 법안으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꼽았다. 김성수 의원은 최근 OTT 사업자를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규정하는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OTT는 ▲이용약관신고 및 이용자에 대한 통지의무 ▲콘텐츠·광고 분리 신설 ▲경쟁상황평가 시행 ▲금지행위 규정 적용 ▲방송분쟁조정대상 포함 ▲자료제출 의무 부여 ▲시정명령 및 제재조치 대상 포함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