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인터넷 웹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결국 우리 삶의 모습을 바꿨다.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를 활용한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조만간 등장해 주류로 올라설 것이라고 본다"

이신혜 GBIC 글로벌 파트너는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 2019’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이신혜 파트너가 ‘스마트클라우드쇼 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이신혜 파트너가 ‘스마트클라우드쇼 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블록체인은 일종의 ‘분산 디지털 장부’다. 기록을 ‘블록(block)’ 단위로 나눠서 저장한다. 문서 정보를 요약해 자동으로 고유 값을 생성하는 기술인 ‘암호 해시(hash)’란 기술도 활용한다. 이 덕에 기록물의 위·변조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이신혜 파트너는 블록체인이 사회에 새 체계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암호화폐와 지갑이 있다면 은행이 없어도 세계 어디든 돈을 보낼 수 있고, 유통 과정을 줄여 그 이득을 이용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며 "이용자는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등 지금은 무료로 하는 행동에 대한 보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대중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가트너, 매켄지 등은 블록체인(Decentralized Web)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Early Stage)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신혜 파트너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비트코인 시장 규모는 애플, 아마존 등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보다 적다.

이신혜 파트너는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투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2017년에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다가 2018년에는 해당 발언을 후회했고, 2019년에는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시장규모는 애플, 아마존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보다 적다. /오시영 기자
가상화폐 시장규모는 애플, 아마존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보다 적다. /오시영 기자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돈은 더 편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신혜 파트너는 "13세기에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종이 형태의 지폐를 얻어 베니스로 돌아갔을 때, 베니스 사람들은 아무 가치도 없다고 비웃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결국 디지털 자산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수많은 금융 회사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많은 정부·지자체,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2013년에 이미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했고, 이를 활용한 인증 시스템을 개발한다. 온두라스는 부패가 매우 심해 정부 고위 관료가 토지 장부를 마구 조작해 국민의 땅을 빼앗는 경우도 많은 나라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토지 장부에 적용해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한다.

기업 참여나 투자도 활발하다.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 웰스파고, 비자 등 규모가 큰 금융회사들이 2014년부터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관여하는 추세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USV)같은 벤처 캐피털은 물론 예일, 스탠포드 등 대학도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한다.

이신혜 파트너는 "정부·기업·투자자의 이같은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인터넷이 손편지를 이메일로 바꿨듯 블록체인도 세상에 변화를 몰고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