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메칸더 브이(V)’란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1977년작 ‘합신전대 메칸더 로보(合身戦隊メカンダーロボ)’는 원자력의 힘으로 적에 맞서 싸우는 슈퍼로봇이다. 애니메이션은 적 콘기스터 군단이 발사한 ‘오메가 미사일'에 맞기 전에 적을 쓰러뜨려야 하는 등 당시 어린이 시청자에게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메칸더 로보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애니메이션 메칸더 로보는 가니메데 행성의 지배자 ‘헤드론 황제’가 이끄는 콘기스터 군단이 지구를 침공해 지구의 95%를 점령했다는 이야기로 출발한다.

콘기스터 군단은 인류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원자력'을 봉쇄하기 위해 자동으로 원자로를 찾아가 파괴하는 ‘오메가 미사일'을 지구 괘도에 배치한다.

애니메이션 속 일본은 콘기스터 군단의 점령을 받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그려진다. 국제물리비밀연구소(IPS) 소장인 시키지마 박사는 침략자 헤드론 황제의 손아귀에서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육상전함 ‘킹 다이아몬드'와 전투로봇 ‘메칸더'를 만들어 콘기스터 군단에 맞선다.

메칸더 로봇 형태는 ‘건담' 디자이너가 창조

애니메이션 메칸더 로보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와코 프로덕션(和光プロ企画室)’에서 제작했다. 이 회사는 특수촬영(특촬)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던 타카하시 스미오(高橋澄夫)가 세웠다. 회사는 1993년 이후 작품 제작을 중단했으며, 현재 과거 제작한 작품의 판권 관리만 하고 있다.

메칸더 로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메칸더 로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메칸더 로보 감독은 ‘닛타 요시카타(新田義方)’다. 닛타 감독은 1966년작 ‘요술공주 샐리(마법사 사리)’, 1968년작 ‘사이보그 009’, 1975년작 ‘강철 지그' 등의 작품에서 연출을 담당했다. 메칸더는 닛타 감독의 첫 감독작품이기도 하다.

메칸더 로보의 형태를 완성한 사람은 메카닉 디자이너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다. 오오카와라는 ‘건담'과 ‘보톰즈' 로봇을 디자인한 인물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애니송계의 제왕'이라 칭송받는 가수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가 불렀다.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서 ‘형님(아니키)'이라 불리는 그는 ‘마징가Z’, ‘콤바트라V’ 등 다수의 인기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열창했다. 그는 아직도 글로벌 라이브 무대에 설 만큼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 유명인으로 통한다.

원자력 에너지로 움직이는 ‘메칸더 로보'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와코 프로덕션은 메칸더 로보 기획 당시 제목을 ‘합체머신전대 메칸더 트라이(合体マシン戦隊メカンダートライ)'로 잠정적으로 정했었다. 하지만 일본 모형 제작사 아오시마가 ‘합체머신'을 상표로 등록한 바람에 제목을 합체머신이 아닌 ‘합신전대(合身戦隊)’로 수정하게 된다.

기획 당시 제목에 포함됐던 ‘합체', ‘트라이' 등의 단어는 애니메이션 메칸더 로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메칸더 로보. / 야후재팬 갈무리
메칸더 로보. / 야후재팬 갈무리
기획서 제목처럼 메칸더는 합체해 싸우는 로봇이다. 주인공 파일럿은 메칸더 원, 투, 쓰리라 불리는 3대의 전투기를 타고 출동하며, 3대의 전투기는 ‘메칸더 맥스'라 불리는 하나의 비행선으로 합체한다. 메칸더 맥스는 메칸더 로보의 등 부분에 있는 도킹 커넥터에 꽂히면서 로봇과 비행선의 합체가 마무리된다. 애니메이션에는 F1, GT2, B라 불리는 3대의 지상주행 머신 트라이커도 등장한다.

메칸더 로보와 비행체 메칸더 맥스와의 합체 장면. / 유튜브 갈무리
메칸더 로보와 비행체 메칸더 맥스와의 합체 장면. / 유튜브 갈무리
메칸더 로보는 고성능 원자로(애니메이션에는 고성능을 넘어선 초성능(超性能)으로 표현한다)로 움직인다.

침략자 콘기스터 군단은 메칸더 로보를 막기위해 오메가 미사일을 지구괘도 상에 배치한다. 오메가 미사일은 로봇에 탑재된 원자로가 작동하면 이에 반응해 자동으로 발사된다. 미사일에는 핵분열, 핵융합 반응 센서가 탑재된 유도탄 형태다. 콘기스터는 지구괘도 상에 총 7개의 오메가 미사일 발사 위성을 배치했다.

메칸더 로보의 심장 원자로가 작동하면 자동 발사되는 ‘오메가 미사일'. / 유튜브 갈무리
메칸더 로보의 심장 원자로가 작동하면 자동 발사되는 ‘오메가 미사일'. / 유튜브 갈무리
미사일에 맞기 전에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전투시간 제한 설정은 당시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감을 제공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메칸더 로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5분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 속 메칸더 로보는 단순한 로봇이 아닌 ‘전우(戦友)’로 그려진다. 애니메이션 3화에서 주인공 지미 등 파일럿은 로봇에게 ‘메칸더'라는 이름을 붙이고 생사를 함께하는 친구로 표현한다.

1970년대 보기 드문 배드엔딩 로봇 애니메이션

메칸더 로보는 홀로 싸우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지구방위군'이 등장한다. 지구방위군은 폭격기 부대를 보내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등의 활약을 보인다. 메칸더 로보는 방위군과 힘을 합해 콘기스터 군단과 싸우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메칸더 로보는 배드엔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주인공 지미와 메칸더 로보는 헤드론 황제를 쓰러뜨리고, 지구의 평화를 되찾는데 성공은 하지만, 헤드론 황제의 지배를 받던 가니메데 행성인은 문명 복구가 불가능할 만큼 멸망하고 만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메칸더 로보의 배드엔딩 스토리는 19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 스토리 패턴을 파괴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메칸더로보 장난감. / 야후재팬 갈무리
메칸더로보 장난감.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메칸더 로보지만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은 좋지 못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메칸더 로보 제작 자금을 대던 장난감 제조사 불마크(ブルマァク)는 메칸더 로보 장난감을 시장에 선보였으나, 1970년대 일본 장난감 시장에서 대세로 통하던 ‘슈퍼카’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불마크는 메칸더 로봇 장난감 매출 부진으로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던 1977년 10월, 파산하고 만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와코 프로덕션은 불마크를 대신할 스폰서를 찾지 못해 방영 중단 위기에 놓였으나, 이미 제작한 필름을 재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메칸더 로보 애니메이션을 1977년 12월 29일 방영된 35화까지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