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3상 발표 예정에 한껏 고조돼있던 바이오 시장에 코오롱티슈진과 헬릭스미스가 찬물을 끼얹었다.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3상 재개를 위한 추가 검증을 요구받으면서 분위기가 먼저 꺾였다. 이후 헬릭스미스의 임상 오염 소식에 업계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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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임상오염 사태…업계 충격

24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 임상3상 톱라인(topline·임상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의 데이터)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톱라인 데이터 대신 재임상 계획을 발표했다. 위약군과 신약후보물질 투여군이 섞이는 임상 오염 가능성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피험약 혼용 가능성으로 플라시보와 엔젠시스의 효과가 크게 왜곡돼 명확한 결론 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위약군 환자 일부 혈액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고 엔젠시스군 일부 환자에서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데이터 혼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현재의 데이터만으로는 혼용 피험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해 별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0년 말로 예정됐던 엔젠시스 FDA 조건부 허가신청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코오롱티슈진 임상 중단 유지…떠난 활시위, 다시 한국거래소로

하루 전인 23일에는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FDA가 임상 중단 상태 해제를 위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FDA는 구체적으로 인보사에 포함된 제1액 연골세포(HC) 특성 분석 자료와 인보사 제 2액 형질전환세포(TC)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및 방사선 조사 전후 변화와 관련한 확인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FDA의 추가 자료 요구에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임상3상을 위한 긍정적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그 반대 해석도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이 중단된 데 이어 미국 FDA도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재개 여부가 불확실해 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코오롱티슈진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상이 재개되면 상폐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명성은 예전만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건은 코오롱티슈진이 어떻게, 왜 허위 사실을 기재했느냐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코오롱티슈진 측은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미국 FDA가 임상 불허를 바로 결정하지 않은 건 임상 재개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FDA가 요청한 자료는 향후 실험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며 "그간 회사 노력으로 FDA 요청 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과는 자료 보완을 통해 향후 임상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상장 폐지vs유지…한국거래소에 쏠리는 눈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한국거래소에 주목하는 눈치다. 미국 FDA 임상 재개 여부 입장을 받아보기 위해 기한을 연장했던 한국거래소가 FDA의 이번 입장을 토대로 상폐 여부를 결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9월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 여부때문에 개최 기한을 영업일 기준 15일 연장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위원회는 10월 11일 안에 열려야 한다.

코오롱티슈진의 이같은 결과에 업계 관계자들 시선은 헬릭스미스 임상3상 결과에 쏠린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헬릭스미스 임상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도출될 경우 업계 분위기가 단박에 바뀔 수 있지만 큰 기대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헬릭스미스마저…임상 오염에 3상 시간만 지연

당초 바이오 업계는 이헬릭스미스 외에 중증 위암 신약물질 '리보세라닙'번 주에만 잇따른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었다.

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가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유럽종양학회(ESMO)에 참가해 세부적인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대장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SB8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두 업체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바이오 업계는 신뢰를 잃고 끝없는 추락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몇 달간 악재가 뒤따랐던 터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한 우물만 팠으니 헬릭스미스만큼은 다르겠지’라던 업계 관계자들은 충격을 배로 받은 눈치다.

헬릭스미스 측은 긴급히 조사단을 구성하고 임상 3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임상시험을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음 임상 3상은 지금보다 2~3배 작은 규모로 정확히 진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아울러 "향후 6개월 내에 시작해 2021년 말~2022년 1분기 사이에 모든 임상을 종료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최소 2년 넘게 시간이 지연되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나쁜 소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오염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국내 바이오 업계에 도덕심과 책임감 등이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