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 "활성화 대책 정부에 고맙지만 대기업 대책 마련 절실"

이진 기자
입력 2019.09.25 12:00
과기정통부, 알뜰폰 활성화 대책 발표했지만…중소 업체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

알뜰폰은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업체로, 이통사에 가입하는 것보다 요금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통사의 망 임차에 따른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처음으로 5G 통신망에 대한 도매제공 대가를 확정했다.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 연장했고, 2022년으로 도매제공 의무기간을 연장했다.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중소 알뜰폰 업계는 과기정통부의 정책적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원천적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자금력에서 월등히 앞선 대기업의 시장 장악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업체간 경쟁을 통한 알뜰폰 시장 요금 인하 환경을 갖춰지겠지만, 대규모 자금을 마케팅에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하는 KB국민은행 등 대기업 진출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자칫 한국알뜰폰사업자협회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기정통부,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내용의 활성화 대책 발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5일 알뜰폰 사업자의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돕는 2019년도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알뜰폰 업계는 1월말 803만2267명의 가입자를 모집하며 처음으로 가입자 800만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가입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6월말 809만5673명을 기록하며 매달 조금씩 증가했지만, 7월말에는 806만6747명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적자폭이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2018년 적자 규모는 110억원에 달한다. 기존 가입자 이탈 가능성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8년 12월부터 알뜰폰, 이통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알뜰폰 활성화 협의회를 운영했다. 그 결과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 ▲LTE 요금제 도매제공 추가 인하 ▲수익배분 대가 인하 5G 도매제공 추가 ▲전파사용료 면제 연장 ▲도매제공 의무제공 유효기간 연장 ▲KB국민은행 알뜰폰 진출 등을 결정했다.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율 비교표. / 과기정통부 제공
과기정통부는 저가 요금상품에 주로 적용하는 종량제(음성, 데이터, 단문메시지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요금제) 도매대가를 인하한다. 음성 요금은 기존 22.41원(분당)에서 18.43원으로, 데이터는 MB당 3.65원에서 2.95원으로, 단문메시지는 건당 6.10원에서 6.03원으로 낮춘다. 음성·데이터·단문메시지 인하율은 각각 17.8%·19.2%·1.15%로, 전년 동기 인하율인 15.1%·19.1%,1.13%보다 소폭 올랐다.

SK텔레콤은 중고가 요금상품에 적용하는 수익배분(알뜰폰 사업자가 정액요금제 재판매시 할당 받는 배분금) 도매제공 방식을 T플랜 요금제로 확대 적용하고, 밴드데이터 요금제의 도매대가를 낮춘다. 이통3사는 연내 5G 서비스를 원하는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상품을 제공한다.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후 고시 개정을 통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5G 제공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전파사용료 면제 기한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1년 연장하며, 알뜰폰 사업자의 안정적인 영업 지원을 위해 설정한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은 2022년 9월 22일까지로 3년 연장한다.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KB국민은행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 KB국민은행은 10월 중 LG유플러스의 망을 활용한 5G와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회사는 통신과 금융을 연계한 특화상품을 출시한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 시행으로 알뜰폰 업계의 원가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 사업 여건을 제공하는 등 방법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기업 진출에 안전장치 전무…중소 알뜰폰 업체 "3년뒤 사라질 수밖에"

하지만 중소 알뜰폰 업체는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도매대가’ 등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대기업의 시장 장악 이슈를 정리하지 않는 한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자회사(SK텔링크, kt 엠모바일,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상한선을 50%로 정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는다. 하지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대비한 중소기업 보호용 별도의 안전장치는 없다. 현재 알뜰폰 시장 1위는 90만 가입자를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 CJ헬로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따라 중소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영업 개시와 함께 5000~3만원 수준 5G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국에 촘촘히 깔린 은행과 자체 자금력 우위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알뜰폰 업체가 도매원가 80원인 상품을 받아 요금제를 설계한다고 가정할 때, 대기업 계열은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를 활용해 원가보다 더 싼 요금제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그렇지 않아도 적자가 쌓였는데 대기업의 출혈 경쟁까지 등장할 경우 맞대응할 수 있는 방법 찾기 자체가 쉽지 않다. 일부 업체는 대기업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탈퇴 등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중소 알뜰폰 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와 알뜰폰 협회 등 관계자가 모여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고 하지만, 협회는 회원사로 들어온 CJ헬로나 KB국민은행 등 눈치가 보여 대기업에 대한 대응책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3년 뒤 중소 알뜰폰 업체는 모두 사라지고 대기업만 살아 남는 것은 뻔해 보이는데, 이는 정부가 애초 알뜰폰을 도입하려 했던 취지 자체가 퇴색한 결과다"고 말했다.

또 "도매대가 인하 등 알뜰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은 환영이다"라면서도 "지금이라도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고려한 시장 점유율 규제 등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