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년 스타트업포럼 출범
민관 네트워크 활용, 스타트업에 힘 싣는다
청년기업인 규제 행정 등 현장 애로사항 쏟아내

#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연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A사는 해외 빅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정부가 가로막기 때문이다. 해외인력 채용을 위한 비자발급에는 정부 추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인력이 대중문화 전문가가 아니라며 거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T산업 인력이 아니라고 거절했다. A사 대표는 "해당 인력은 서비스 개발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을 가진 인재라 빨리 데려와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A사와 같은 스타트업의 정부 규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일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스타트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개선을 정부당국에 적극 건의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싣기 위해 스타트업 협의체인 청년스타트업포럼을 출범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청년스타트업포럼’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청년스타트업포럼’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상의 제공
청년스타트업포럼은 젊은 기업인 중심으로 구성돼 상의 내 위원회 중 연령대가 가장 젊다. 수평적 소통과 자유로운 경영환경에 익숙한 스타트업 기업인 특성을 반영해 위원장 같은 직위를 따로 두지 않았다.

규제 앞 스타트업의 속앓이 "담당자도 설명 못하는 규제"

대한상의는 이날 포럼 출범과 함께 스타트업 규제 및 경영애로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스타트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창업, 성장 과정에서 겪는 경영상 애로, 불합리한 규제, 공무원 행정 행태 등을 조사한 결과다.

불합리한 규제 사례 중 하나는 어린이 통원버스에 하차확인장치 부착을 의무화한 법령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원버스에는 하차확인장치가 반드시 부착돼야 한다. 버튼을 직접 누르는 벨 방식 기기만 인정된다. 사실상 확인 안하고 벨만 누르는 꼼수가 가능하다.

스타트업 B사 대표는 "적외선 감지센서 등을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현재는 법 때문에 도입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입찰 과정에 불합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C사는 공공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6000만원을 들여 우수제품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입찰에 응모할 수 없었다. 공공기관이 해외인증 획득을 요구해서다. 해외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려면 최대 1억원이 필요하다. 정작 해당기관 실무자는 이 해외인증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지 못했다.

해당 업계 이해관계자들 반발에 부딪힌 경우도 있다. D사는 고객이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이를 세탁소에 맡기고 다시 수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동네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지만, 정작 세탁소들은 D사가 세탁공장을 만들어 밥그릇을 빼앗을 것이라며 협력을 거부한다. D사 대표는 "사실 세탁소는 사업파트너인데 경쟁자로 오해받고 있다"며 난감해 한다.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불편을 끼치는 사례도 언급됐다. 정책자금으로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E사는 값비싼 전용 부품을 억지로 사용하고 있다. 지원 기관에서 "범용 부품을 구매하면 다른 사업에도 사용할 소지가 있다"며 저렴한 부품 대신 지정된 전용부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E사 대표는 "현실을 모르는 담당자 판단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에 청년스타트업포럼이 대변인이 되달라"고 주문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대한상의가 쌓아온 정책건의 경험은 스타트업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경영에만 힘을 쏟아도 부족한 시간에 발목잡는 각종 규제와 장애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청년스타트업과 함께 규제 뿐 아니라 국회 입법 미비사항과 공무원 소극행정, 기득권 저항, 융복합 사업 이해부족 등 스타트업 성장 걸림돌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