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는 헬스케어 기기를 만드는 업체다. 회사는 현재 미국 FDA 승인을 추진 중이다. 2020년 10월 중 미국 시장서 첫 판매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기업인 A가 미국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우리 정부 때문이다. 식약처로부터 제품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뭔지 답을 듣지 못했다.

A사 대표는 "국내에서 반응을 보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게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미국은 한국보다 혁신 제품에 허가를 주는데 덜 보수적이다"라고 전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시력을 회복하는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에덴룩스 오성용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IT조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시력을 회복하는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에덴룩스 오성용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IT조선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 환경이 기업을 운영하기에 썩 좋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 중 제조업은 더 열악한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제조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지만 갈 길은 요원하다.

이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7일 오후 서울 강남 마루180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내 제조산업협의회 출범을 기념해 제조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과 전망 컨퍼런스를 열었다. 협의회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소프트웨어(SW)·플랫폼 솔루션 기업 중심으로만 구성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제조업은 기술개발과 제작공정 구성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초기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제조업 스타트업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은 온라인 기반 스타트업 대비 3배 이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투자하기를 주저한다. 제품이 시장에서 매출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온라인 서비스보다 오래걸릴뿐 아니라 비용도 적지 않아서다. 투자금 회수도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증강현실(AR) 콘텐츠 전문 하드웨어 스타트업 명지코리아 안성빈 이사는 "기업 설명회를 가보면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요새 추세는 플랫폼’이라고 한다"며 "제조업에는 투자를 주저하는 모습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 유니콘 기업 7개 중 제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는 특히 제조업 스타트업은 정부 지원 조차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당위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투자자 손길이 몰리는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기반 시설 투자가 필요한 제조업 스타트업도 1인이 운영하는 서비스 스타트업과 비슷한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며 "정부 지원책이 현실을 심사숙고해 내놓은 결과가 아니다보니 현장과 괴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코스포 회원사가 1100개인데 그 중 제조업 스타트업은 40개도 안 된다"며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제조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혁신 스타트업도 힘을 보태야 하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참석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허성욱 기재부 정책조정기획관은 "인증 절차가 어렵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어려움이 없도록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어 ▲소재부품 분야 600억원 규모 전용 펀드 조성 ▲혁신지향 공공조달 방안 ▲해외 수출지원 ▲메이커 스페이스 등 창업공간 지원 등 제조 스타트업이 실감할 정책을 마련하거나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