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협회가 국회에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투자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지만, 2018년 발의된 이후 국회 문턱을 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 체계와 퇴행적 제도로 벤처인 의지와 혁신동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벤처투자촉진법 등 벤처업계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 벤처기업협회 제공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벤처투자촉진법 등 벤처업계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 벤처기업협회 제공
벤촉법은 벤처투자 진입 장벽을 완화해 민간중심 벤처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벤처투자제도는 중소기업창업진흥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조치법 양쪽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벤처투자와 창업투자 간 구분이 쉽지 않은데다, 두 개 법으로 같은 내용을 규정하는 이중규제라고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벤촉법에는 모태펀드 의무출자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현재는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투자펀드를 조성하려면 반드시 소액이라도 모태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 투자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외에도 벤처펀드 결성이 불가능한 액셀러레이터도 창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업계가 처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벤촉법은 2018년 1월 발의된 이후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대표 과제인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해 처리하려는 한편, 야당은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체가 주거, 복지, 보육 시설 등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해 보전한다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안 회장은 "전근대적인 제도와 거미줄 규제로 벤처 생태계는 오래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조속한 벤촉법 통과를 촉구했다.

"대기업 상생과 화학적 결합 필요하다"

안 회장은 또 중소기업 생존에 대기업 상생과 화학적 결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본격화 이후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가 국가 경쟁력 필수 조건이 되면서다. 부품·소재 국산화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 회장은 삼성 움직임에 주목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부품·소재 국산화 계획을 밝혔다.

안 회장은 "대기업의 과거 잘못된 관행과 일탈행위에는 꾸짖음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대기업 활력이 대한민국 경제 역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