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가 상반기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와 성장률을 조사했다. 들썩이는 메모리 가격이 결과를 판가름했다. 최근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부진한, 상대적으로 가격을 유지한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선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ICInsight)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는 인텔이다. 매출 320억달러(38조2784억원)를 올려 삼성전자를 제쳤다. 2018년 상반기 1위 자리에 오른 삼성전자는 매출 266억달러(31조8189억원)로 2위로 밀렸다.

TSMC도 매출 148억달러(17조7037억원)를 기록, 매출 115억달러(13조7563억원)를 올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4위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이 매출 101억달러(12조816억원)로 5위 자리에 섰다. 브로드컴·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시바메모리·엔비디아가 차례로 6위~10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조사 자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팹리스 기업 TSMC의 성적은 제외했다. 조사 결과 세계 매출 1위는 인텔, 2위는 삼성전자다. 3위는 SK하이닉스. 4위 마이크론, 5위 브로드컴과 6위 퀄컴 순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가격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락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PC용 D램의 경우 2018년 9월 기준 8달러(9600원)선이던 가격이 2019년 6달러(7200원), 올 9월에는 2.94달러(3528원)에 머물렀다(D램익스체인지 조사 결과).

이에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3% 줄었다. SK하이닉스도 35%, 마이크론도 34% 각각 줄었다.

반면, 수요가 있고 가격도 일정하게 유지된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 인텔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만 줄었다. TSMC의 매출도 4% 줄어드는데 그쳤다. 2018년 상반기 매출 19위에 머무른 소니는 비메모리 반도체 ‘이미지 센서’를 앞세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성장(13%)을 기록했다. 순위도 14위로 올랐다.

IHS마킷은 2019년 상반기 반도체 총 매출이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D램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5.7%, 낸드플래시 매출은 29.6% 줄었다. 한편,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제품군에 따라 1.9%~6.1%가량 줄었다.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시장조사업체와 반도체 업계는 업황 회복,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의 반전 시기를 2020년 상반기로 예상한다. 업계는 시장 포화 상태에 대비하기 위해 D램 생산량을 줄였다. D램 재고와 신규 수요간 균형이 맞춰지는 시기가 2020년 상반기로 꼽힌다.

5G 통신 보급도 반도체 시장 부활을 이끌 요소로 꼽힌다. 5G 스마트폰과 게임용 PC에 사용할 반도체 신규 수요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기업의 5G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구축 투자도 반도체 업계 호재로 꼽힌다.

반도체 제조사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 이미 모바일 이미지 센서 중심으로 뚜렷한 성과도 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 일부를 이미지 센서 생산 라인으로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