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제조사 보쉬가 반도체 부문 확대에 나선다. 물성이 강하고 전력밀도가 높은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양산 공정. / 보쉬 제공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양산 공정. / 보쉬 제공
보쉬는 전기차용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고 8일(독일 현지시각) 밝혔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부품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보쉬에 따르면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제보다 전도성이 뛰어나 전기차에 적합하다. 실리콘 반도체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전력 밀도를 높일 수 있고 튼튼하다. 섭씨 150도 이상에서도 성능을 유지하고, 실리콘 반도체 두께의 10%로도 같은 전압을 견딜 수 있다. 모스경도가 9.2~9.3으로 내구성도 높다.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에 주목한 이유다.

하랄드 크뢰거 보쉬 자동차 전자 부문 사장은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전기차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한다"며 "이를 통해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가 약 6%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보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 인근 로이틀링겐에서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생산에 돌입한다. 여기에 드레스덴에 10억유로(1조3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전공정공장(팹)을 건설한다. 단일 투자론 그룹 내 최대 규모다.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보쉬가 전동화(electrification) 파워트레인, 센서, 자동차용 주문형반도체(ASIC) 등으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드레스덴 팹은 2021년말 가동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700명의 직원을 채용해 전기차용 반도체를 비롯, 에어백 및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 등에 필요한 반도체 개발 및 생산도 담당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반 내연기관차에 평균 370달러(44만원)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450달러(54만원)까지 상승하고, 자율주행차는 1000달러(120만원)가 추가되는 것으로 본다.

보쉬 관계자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고급차에서만 볼 수 있던 기능들이 엔트리급 차종으로 확산된다"며 "길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자동차에도 1900달러(230만원) 이상의 반도체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