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관심이 쏠린다. 구글이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90%에 달하지만, 망 사용료는 한푼도 내지않는다.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구글이 망 사용료를 내야 역차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15일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글이 망 사용료에 대한 언급은 피하지만 페이스북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며 "정부의 압박 카드도 구글이 이통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설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LTE 데이터 트래픽 상위 10개 사업자 중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가 유발하는 트래픽 비중은 67.5%다.

4일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캐시서버 설치를 통해 망 사업자에게 비용 절감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2018년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 대비 진전한 태도인 셈이다. 구글이 간접적이나마 망 사용료 지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통신업계의 해석이 나온다.

리 대표는 "유튜브 트래픽은 지속 증가 중이고, 트래픽을 고려해 캐시서버를 운영 중이다"며 "구글은 한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국 망 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4일 방통위 국정감사 질의에 답변 중인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오른쪽)./ 국회의사중계 갈무리
4일 방통위 국정감사 질의에 답변 중인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오른쪽)./ 국회의사중계 갈무리
한국 이용자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이용시 해외 서버를 사용하면 접속 속도가 느려진다. 트래픽 양이 많고,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유선 케이블 길이가 길어서다. 글로벌 CP는 본 서버의 복사 서버를 각 국가에 임시서버(캐시서버)로 설치해 이용자가 자주 접근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회는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국내 서버설치 의무화, 대리인 지정, 적정한 망사용료 지불, 조세회피 대응 등 사실상 구글을 타깃으로 한 정보통신망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를 걸러내지 못할 경우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구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2년간 교섭 끝에 1월 망 사용료 협상을 완료했다. 1일에는 KT와도 기존 양사간 체결했던 캐시서버 계약을 연장했다. LG유플러스 역시 페이스북과 캐시서버 사용료 관련 세부협상을 마치고 조만간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3사와 각각 캐시서버 이용 계약을 맺으며 구글도 계약 체결 쪽으로 입장을 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구글이 캐시서버 비용을 포함해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지가 사실상 없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리 대표는 방통위 국감에서 망 사용료 지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세계적 관행을 보면 구글이 관련된 국가 99.9%가 상호합의를 거쳐 비공식적으로 무정산 방식을 채택했다"고 답변했다.

통신업계는 구글을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개별 접근 보다 공동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를 지급받기 위해 통신3사와 로펌이 한 목소리로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적정한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고,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작성 시 국내기업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