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홈페이지 접속 불가와 함께 운영 중단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싸이월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클링에 스캠 의혹의 눈길이 쏟아진다. 클링 관련 업무 미팅을 진행했던 블록체인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싸이월드 측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증언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싸이월드는 암호화폐를 앞세워 재기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사실상 코인 상장 외에는 제대로 된 사업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심을 키운다.

싸이월드가 2018년 내놓은 암호화폐 클링(Clink)./구글 캡처
싸이월드가 2018년 내놓은 암호화폐 클링(Clink)./구글 캡처
싸이월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락 두절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와 업무 미팅을 진행했던 다수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싸이월드 측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확인됐다.

지난해 싸이월드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글로스퍼 한 관계자는 "싸이월드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며 "싸이월드는 기술 개발이나 비즈니스 모델 업데이트 등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가 글로스퍼와 업무협약을 맺은 시기는 2018년 9월이다. 1년 이상 아무런 진척이 없었던 셈이다.

싸이월드와 연락이 두절된 곳은 글로스퍼 뿐만이 아니다. 마케팅 문제로 싸이월드와 잦은 업무 미팅을 했던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쯤부터 두절됐다"며 "당시 싸이월드 내부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인력 뿐 아니라 싸이월드 3.0을 진행할 블록체인 개발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싸이월드가 당시 싸이월드 3.0의 세부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스퍼와 싸이월드 측의 업무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영업 및 기술 관련 노하우와 솔루션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MOU 체결 후 전혀 교류는 없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STO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STO 전문 기업 ‘시큐리타이즈’는 본지에 "에어는 파트너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고 답변했다. 앞서 싸이월드는 지난해 모회사 격인 미국 법인 에어가 시큐리타이즈와 손잡고 STO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클링은 출시 단계부터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암호화폐 백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 백서와 관련해 "경영난 극복을 위해 마련한 방법이라는 느낌이 컸다"며 "클링 생태계를 어떻게 구현할지 등의 세부적 내용 없이 오로지 싸이월드라는 브랜드에 의존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개발자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특히 아무런 증거 없이 클링 가격 상승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실제 싸이월드는 백서에 클링 가치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싸이월드를 비롯한 다양한 디앱 활성화를 통해 클링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0년에 걸쳐 650만명에서 최대 9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명돼 있다. 클링 가격 또한 최소 5달러에서 최대 25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2018년 업계 주목 받은 싸이월드 코인

클링은 싸이월드 사이버머니 '도토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암호화폐다. 이를 토대로 싸이월드는 보상형 SNS ‘싸이월드 3.0’ 출시를 계획했다. 글을 쓰거나 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코코넛이라는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 포인트를 모아 암호화폐 클링으로 교환하게끔 설계했다.

‘싸이월드 3.0’을 위해 싸이월드는 올해 초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에서 IEO(암호화폐거래소공개)를 실시했다. 당시 IEO를 통해 싸이월드는 2422만8595개 클링(5억원 어치)을 판매했다.

싸이월드는 특히 지난해 코인 발행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상형 SNS ‘싸이월드 3.0’버전 개발 ▲대형거래소 두 곳 상장 예정 ▲스위스 증시 상장 ▲STO 추진 ▲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통해 클링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있는 싸이월드 사무실 모습. / IT조선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있는 싸이월드 사무실 모습. / IT조선
투자자 울상…법조계 "자산 돌려받기를 포기해야"

이 같은 싸이월드 청사진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싸이월드가 사업을 접게될 경우 자산을 돌려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클링 발행 당시 싸이월드를 접을 생각으로 코인 사업을 해 돈을 대거 취득하려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사기죄로 구속되기도, 피해 금액을 토해내게 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사기 사건을 중심적으로 맡는 법무법인 선린 조숭희 변호사는 "정황은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러나 문을 닫는 회사를 상대로 투자자들이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투자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전제완 대표가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도 자금 모집을 진행했다는 물증이 포착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이 물증은 사실 내부자 고발이 없는 한 모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클링을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와 비트소닉은 클링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비트소닉은 14일 홈페이지에 "클링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이슈가 발생했다"며 클링을 투자 유의 암호화폐로 지정했다. 투자 유의로 지목된 암호화폐는 1주일동안 상장 유지 적격성 심사를 통해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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