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 등장 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인터뷰
소셜미디어와 쇼핑몰 구분은 공급자 관점
핵심 역량, 경쟁사는 ‘상품’ 우리는 ‘서비스와 콘텐츠'
‘콘텐츠’ 볼 게 많으니 이용 유해 콘텐츠도 스스로 정화
동영상 트렌드 맞춘 생방송으로 소비자 눈길 사로잡아

모바일 시대다. 쇼핑 트렌드는 과거와 달라졌다. 이용자는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찾으려 쇼핑몰을 찾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쇼핑몰은 이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확보한 곳뿐이다. 쇼핑과 콘텐츠가 하나가 된 셈이다.

과거 콘텐츠 공유가 주 목적이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심지어 유튜브까지 나서 쇼핑 기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콘텐츠를 즐기다가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이용자는 플랫폼에 붙잡혔다.

2011년 창업한 모바일 쇼핑 서비스 스타일쉐어는 이런 트렌드를 앞서 나갔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 기반 쇼핑 플랫폼으로 구분되지만 사실 정확히 따지면 소셜미디어도 쇼핑몰도 아니다. 하지만, 두 기능을 모두 아우른다. 소셜미디어처럼 이용자끼리 패션 트렌드 정보를 교류하면서도 원하는 상품을 앱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스타일쉐어는 Z세대(1995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청소년층)에게 큰 인기를 끈다. 이들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쇼핑 서비스를 굳이 뚜렷하게 구분해 인식하지 않는다. 스타일쉐어가 가장 젊은 세대 최신 모바일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짚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스타일쉐어 누적 가입자수는 550만명에 이른다. 월간 사용자수는 100만명이다. 입점 업체 수는 2400여곳 이상이다. 등록된 상품 수만 10만4000여개다. 현재 15세부터 25세까지 여성 인구 60%가 스타일쉐어에 가입했다. 누적 투자액은 총 283억원이다.

IT조선은 최근 서울 역삼동 스타일쉐어 사무실에서 윤자영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윤 대표와 일문일답.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 대학생이었던 2011년 스타일쉐어를 창업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패션에 관심도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사복을 입었다. 자연스럽게 학교에 갈 때 센스입게 입고 다닐만한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는 블로그가 유행하던 때다. 인터넷 쇼핑몰도 많고 패션 블로거도 많아졌다. 사람들은 블로그에 본인이 평소 입던 패션을 사진으로 올리고 공유하면서 댓글로는 판매처를 공유했다. 자연스레 인터넷 쇼핑몰이나 블로그에서 최신 패션 트렌드를 검색하는게 취미가 됐다.

패션 트렌드 콘텐츠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구매 사이트로 바로 이동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로그와 상품 구매 사이트는 분리돼 있었다. 트렌드를 보고 싶어 패션잡지를 봐도 의미있는 정보보단 광고만 빼곡했다. 이걸 누가 보나 싶었다. 이용자들이 패션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과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같았으면 싶어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았을 듯 하다

"대학교 2학년 때 패션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스트리트패션 사진과 그 상품을 파는 쇼핑몰을 연결해 놓은 해외 블로그를 발견했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한 블로그였다. 운영자는 영국 사람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런던까지 찾아가 운영자를 만났다. 운영 과정에서 어떤게 어려운지, 혹은 뭐가 재밌는지 이것저것 질문했다.

창업할 때가 대학교 4학년이었다. 취업을 앞둔 상황이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인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회에 유용한 일을 하고 싶었다.

어느날인가 친구와 런던에서 당시 블로그 운영자를 만났던 얘기를 할 때였다. 그날따라 직접 생각했던 것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영국 다녀온 추억만 얘기하다 끝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주변 선배와 후배들 도움을 받아 서비스를 만들었다. 학교 창업센터에서 우연히 다음 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를 만나 투자까지 유치했다."

― 서비스 초기에 투자가 비교적 수월했던 듯 싶다. 어려움은 없었나

"초기 시드투자 때는 우리 팀 열정을 잘 봐줬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단계로 접어들자 매번 같은 질문이 나왔다. ‘너네가 만드는 서비스가 쇼핑몰이냐, 소셜미디어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었다.

여기엔 콘텐츠를 보는 사람과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다를거라는 전제가 깔렸다. 어떤 투자자는 부끄러워서 내가 입은 패션을 남들에게 보여줄 이가 없을 거라고도 했다. 서비스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질문이었다. 리워드 없이는 이용자들이 쉽게 몰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인스타그램이 없었던 때라 이해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초반 3~4년 동안 목표는 패션 전문 소셜미디어로 성장이었다. 이용자들이 콘텐츠가 재밌고 서로 자신의 패션을 공유하러 들어온다는 걸 지표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 단계를 지나자 ‘콘텐츠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건 알겠는데, 그들이 상품까지 구매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구매전환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소셜커머스나 쇼핑몰 구매전환율은 한 자리다. 이 수치를 보여주고 나니 더 이상 투자자도 그런 질문을 안하게 됐다."

― 10대 이용자가 특히 많다. 소셜미디어와 쇼핑 기능을 합친 덕분인가.

"그건 굉장히 공급자 관점 표현이다. 이용자는 스타일쉐어를 보고 ‘소셜미디어와 쇼핑이 결합됐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볼게 많아서 이용한다.

Z세대 이용자들은 재밌는 콘텐츠가 많고 심지어 구매도 간편하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들 세대는 모바일로 매일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를 즐겨보는 습관이 있다. 소셜미디어와 쇼핑 기능을 구분하지 않고 한 번에 쓸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콘텐츠 소비 트렌드도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간다. 서비스 개선 방향은

"스타일쉐어 콘텐츠 포맷도 달라져야 한다. 그 동안 콘텐츠 중심은 사진이었다. 이제는 동영상이다.

특히 생방송처럼 더 생생한 콘텐츠로 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라이브 방송 콘텐츠를 하루 하나씩 테스트하는 이유다. 매일 밤 인기있는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와 협업해 팬들에게 생방송으로 상품 이야기를 풀어내는 콘텐츠다."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생방송을 한 번 하면 약 2000명이 동시 접속한다. 인플루언서가 매장에 직접가서 제품을 보여주고 매장을 자유롭게 돌고 오는 포맷이 있는데 생각보다 이용자들이 재밌어 한다.

아직 베타 서비스라 보완할 점이 많다. 11월 쯤 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고민해야할 지점이 꽤 많다. 딜레이(지연시간)를 줄이고 최대한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달하는게 관건이다. 현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유사한 수준인 7~8초 정도까지 구현했다."

― 서비스에 반영한 기술은 어떤게 있나

"머신러닝을 적용해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자동 분류한다. 사진에 얼굴 부위와 색이 포착되면 ‘메이크업' 콘텐츠로 분류한다. 혹은 사람의 전신 사진으로 인식되면 ‘데일리룩' 코너로 자동 분류된다. 사진을 찍어올리면 상품을 찾아주는 기능인 ‘모냥봇'도 있다."

― 최근 소셜미디어도 유해 콘텐츠로 몸살을 앓는다. 마음껏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는 없나

"기본적으로 이용자 콘텐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스타일쉐어 이용자들은 ‘이런 콘텐츠는 올리면 안된다'며 스스로 자정한다.

Z세대는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하다. ‘위안부' 문제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도 적극 의사를 표현한다. 일본 상품을 착용한 사진이 보이면 이왕이면 한국 브랜드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긴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도 존중한다. 몇 년 전부터 휠체어에 앉아 있는 본인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가 있었다. 혹시라도 악플이 달리면 개입해야하나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 정작 이용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그 이용자 패션에 관심을 보이면서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휠체어 탄 이용자는 스타일쉐어 내에서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 이용자가 우리 회사 직원이 됐다. 장애인 직원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채용해야 하는 고용법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패션을 공유하고 즐길 줄 아는 스타일쉐어의 서비스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잘 운영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다."

― 스타일쉐어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도 있다고 들었다. ‘ㅈㅂㅈㅇ(정보좀요의 초성만 따온 말. 이용자가 입은 옷이 마음에 들 때 가격 등 정보를 묻는 말)'가 대표적인데, 스타일쉐어만의 용어가 또 있나

"‘업로더는아니지만’이라는 말이 있다. 콘텐츠를 올린 사람에게 댓글로 가격이나 여러 정보를 물으면, 게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댓글을 다는 경우에 쓰인다. 그럴 때 보통 말머리에 ‘업로더는아니지만'이라는 문구와 함께 정보를 대신 남겨준다. 이용자들이 귀찮을까봐 ‘업로더는아니지만' 이라는 문구를 자동으로 붙일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외모와 체형 등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올리는 캠페인 ‘너다움을응원해' 코너에 올라온 스타일쉐어 콘텐츠. ‘업로더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머리를 붙이거나 일본어 사용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는 댓글이 눈에 띈다.
외모와 체형 등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올리는 캠페인 ‘너다움을응원해' 코너에 올라온 스타일쉐어 콘텐츠. ‘업로더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머리를 붙이거나 일본어 사용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는 댓글이 눈에 띈다.
― 최근 모바일 쇼핑앱 중 패션 분야 서비스가 많다. 경쟁 서비스에 대한 우려는 없나

"다른 업체들은 상품이 해당 업체의 역량인 경우가 많다. 판매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회사가 성장한 경우다. 우리는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핵심 역량이다. 회사에 개발인력이 가장 많은 이유기도 하다.

콘텐츠를 핵심 기반으로 삼은 쇼핑 서비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패션 스타트업이 많긴 하지만 다들 상품진열에 힘을 싣는다. 우리는 메인 서비스가 콘텐츠고, 구매 기능은 뒷단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유저 크리에이티드 브랜드인 ‘어스(Us by StyleShare)’가 대표적이다. 어스는 제품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든 단계에 이용자가 참여하는 브랜드다. 상품을 판매하는 게 중심이 아닌, 브랜드를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컨셉이다.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브랜드 광고모델까지 실제 이용자가 맡는다."

― 스타일쉐어의 5년 후 성장 지향점은

"온라인쇼핑 시장은 워낙 규모가 크다. 성장할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은 셈이다. ‘의(衣)’ 분야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1위 플랫폼은 아직 없다. 스타일쉐어가 3~5년 후 ‘스타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위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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