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12일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현미경 연구소로 시작한 올림푸스는 영상뿐 아니라 의료, 과학 부문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카메라 업계에 올림푸스가 남긴 발자국은 크고 깊다. 오늘날 시장을 이끄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개념을 처음 확립한 것도,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광학 구조를 제창한 것도 모두 올림푸스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 태동기인 199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념할 만한 올림푸스 기술 및 제품을 뒤돌아본다.

올림푸스는 1999년 DSLR 카메라 C-2500L을 공개한다. 렌즈는 고정형이지만, 빔 스플리터를 통해 빛을 뷰 파인더와 이미지 센서에 나눠 보내는 SLR(Single Lens Reflex) 구조를 구현했다. 콤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 사이 ‘브릿지 카메라’로도 불린 이 제품은 올림푸스 E-10, E-20 등 이후 DSLR 카메라로 이어진다.

올림푸스 E-1. / 올림푸스 제공
올림푸스 E-1. / 올림푸스 제공
2003년에는 세계 최초로 ‘100% 디지털 설계’된 DSLR 카메라 올림푸스 E-1이 등장한다. 당시 DSLR 카메라는 모두 필름 SLR 카메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올림푸스는 빛을 받는 각도와 방향, 촬상면(이미지 센서) 크기 등을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 디지털 포맷 ‘포서즈 시스템’을 만든다.

올림푸스 포서즈 시스템 제품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러번 거머쥐었다. 올림푸스 E-1은 세계 최초로 ‘초음파 먼지제거’ 기능을 도입한 카메라다. 이미지 센서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는 이 기술은 오늘날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작 올림푸스 E-330은 세계 최초 ‘풀 타임 라이브 뷰’ 촬영 가능한 DSLR 카메라다. 당시 DSLR 카메라는 라이브 뷰 촬영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었다. 올림푸스는 발상을 전환해 라이브 뷰 전용 이미지 센서를 추가, 이 기능을 구현했다. 틸트형 모니터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작 올림푸스 E-400은 본체 무게 435g인 ‘세계 최소·최경량’ DSLR 카메라다. 2007년작 올림푸스 E-3는 E-1을 잇는 최상위 DSLR 카메라로 ‘세계 최고속 자동 초점’ 타이틀을 가졌다. 자동 초점 포인트 모두 트윈 크로스 센서(십자형태로 배열해 성능을 높인 초점 검출 센서)로 배치한 덕분이었다.

2009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혁신이 일어났다. SLR 구조를 개량, 화질은 유지하고 카메라의 부피는 획기적으로 줄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등장한 해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효시가 바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다. 양사는 포서즈 시스템을 개량한 ‘마이크로포서즈’ 시스템을 공개한다.

올림푸스 PEN E-P1. / 올림푸스 제공
올림푸스 PEN E-P1. / 올림푸스 제공
최초의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 타이틀은 올림푸스가 아닌, 루믹스 G1을 판매한 파나소닉이 가져갔다. 두번째 미러리스 카메라 올림푸스 PEN E-P1은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 올림푸스의 영광을 이끈 카메라 ‘PEN 시리즈’와 유사한 외관으로 설계됐다. 이 제품은 여성 사용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출시 직후 수차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밖에도 올림푸스는 ▲10배율 이상 고배율 광학 줌 ▲생활방수 ▲완전방수 터프니스 카메라 ▲도트 사이트(고배율 줌 사용 시 피사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 가운데 1000만대 판매 기록을 가장 먼저 세운 곳도 올림푸스다.

숱한 영광의 세월을 쌓은 올림푸스는 2011년 치명적인 위기를 맞는다. 수십년간 회계 부정을 저지른 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장 처음 고안했음에도 소니를 비롯한 후발 주자에게 시장 선두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도 겪었다. 2016년에는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서 부당한 거래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억달러 벌금을 내기도 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이끌던 올림푸스. 지금은 경쟁사보다 제품 판매량이 낮고 제품 종류도 부족한 비주류 제조사에 속한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러 차례 차지한 광학 기술과 노하우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마니아층도 두텁다. 디지털 카메라 역사에 숱한 기록을 남긴 올림푸스의 행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