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의 업무용 PC가 아닌 비교적 고가의 게이밍 PC를 구매할 때 불필요한 낭비와 실패의 확률을 낮추기 위해 PC를 잘 아는 지인이나 커뮤니티를 찾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에는 어떤 구성을 해야 할지 무척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PC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CPU 때문이다.

올해 7월 등장한 AMD의 3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가 괜찮은 성능과 구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텔과 AMD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PC 초보자 입장에서는 ‘PC 전문가’의 조언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막상 ‘PC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PC 초보자가 쓸 CPU로 AMD보다는 인텔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AMD CPU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여전히 인텔을 먼저 추천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인텔의 9세대 코어 프로세서. / 인텔 제공
인텔의 9세대 코어 프로세서. / 인텔 제공
검증된 ‘안정성’과 ‘호환성’

인텔을 우선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검증된 ‘안정성’과 ‘호환성’이다. PC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사용하더라도 어지간해선 하드웨어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 바탕을 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PC 업계가 인텔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로 AMD CPU가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하드웨어는 물론, 게임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가 인텔 CPU를 기준으로 개발되고 만들어졌다.

AMD가 2017년 ‘라이젠’ 프로세서로 시장에 복귀했을 때 낮은 인지도 보다 확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안정성과 호환성’이다. 인텔 기준으로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들이 AMD CPU에서 제 성능을 내지 못하거나 버그, 충돌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 하드웨어 제조사와 개발사들은 AMD 진영을 위한 각종 업데이트와 패치를 내놓았지만 반년쯤이 지나서야 안정화되어 갔다.

2018년 선보인 2세대, 올해 3세대 라이젠은 안정화가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히려 전에 없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3세대 제품만 해도 일종의 자동 오버클럭인 PBO(Precision Boost Overdrive) 기능이 제시된 것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커뮤니티 등지에는 일부 게임에서 프레임 유지력이 조금 떨어진다거나, 특정 프로그램에서의 퍼포먼스가 사양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도 여전히 들린다. CPU 성능이 메모리에 영향을 받고, 제조사나 브랜드도 특성을 타는 만큼 호환성이 검증된 고성능 메모리를 따로 골라야 하는 등 부품 구성에 신경쓸 부분이 많다.

각종 성능 비교 벤치마크 등을 수행할 때 인텔 CPU 시스템이 기준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각종 파라미터의 변동에 상관없이 인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일관된 결과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AMD 제품은 바이오스나 드라이버 버전 등에 따라 성능 편차가 여전히 발생하는 편이다.

AMD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추후 업그레이드 지원, 자유로운 오버클럭 가능 등의 이점은 사용자 스스로 PC의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관련 지식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스스로 윈도를 재설치하거나, 간단한 문제는 검색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적어도 PC 초보자를 벗어난 수준이어야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정적인 성능에 ‘가성비’를 갖춘 인텔 9세대 ‘코어 i5-9400F’ / 인텔 제공
안정적인 성능에 ‘가성비’를 갖춘 인텔 9세대 ‘코어 i5-9400F’ / 인텔 제공
기술과 성능은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어…사용자 고려한 ‘디테일’이 승부수

PC를 TV나 냉장고처럼 평범한 가전제품처럼 취급하고, PC 하드웨어 지식과 상식의 수준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혹시라도 PC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주변의 ‘전문가’를 찾아서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 사용하는 기능(게임, 앱 등)이 문제없이 잘 돌아가면 OK다.

PC를 추천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사후 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안정성과 호환성이 좋은 제품을 먼저 권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AS를 이유로 PC 구매자에게 대기업 브랜드 PC를 권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성능과 기능, 기술은 투자와 연구개발에 따라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이는 AMD가 ‘라이젠’ 프로세서로 스스로 증명했다. 그러나 ‘호환성’이나 ‘안정성’처럼 세부적인 부분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여전히 AMD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