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사람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작은 요정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깔모자 메모루(とんがり帽子のメモル)’는 한국 KBS방송국을 통해 ‘고깔모자 삼총사'란 제목으로 국내 소개된 작품이다.

고깔모자 메모루 일러스트. / 토에이 제공
고깔모자 메모루 일러스트. / 토에이 제공
애니메이션은 마징가Z·북두의권·드래곤볼 등 수많은 명작을 배출한 ‘토에이(東映動画·현재 토에이 에니메이션)’가 1984년 제작해 세상에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아사히방송을 통해 1984년 3월 3일부터 1년 뒤인 1985년 3월 3일까지 총 50화 분량을 방영했다.

고깔모자 메모루는 유럽 배경 판타지 요정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우주인이 활약하는 SF작품이다.

중부 유럽 산속 마을 베레느 호수 가운데 작은 섬에 사람들 몰래 사는 요정소녀 주인공 메모루와 요정 마을 사람들은 사실 우주선 사고로 지구에 불시착한 리루루 행성인이다.

주인공 메모루는 활발한 성격을 가진 여자아이다. 부모님이 계신 리루루 행성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며 지구에서 리루루 마을 친구들과 놀며 재미난 나날을 보낸다.

메모루와 지구소녀 마리엘 애니메이션 셀화. / 만다라케 갈무리
메모루와 지구소녀 마리엘 애니메이션 셀화. / 만다라케 갈무리
애니메이션 고깔모자 메모루는 전체적으로 요정 같은 우주소녀 메모루와 지구소녀 마리엘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메모루는 자신보다 훨씬 큰 14살 지구 소녀 ‘마리엘 루그란'을 만나게 된다. 마리엘은 몸이 약해 요양을 위해 시골마을 베레느의 산장에서 살고 있다.

마리엘은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독한 영혼을 가진 소녀로 그려진다. 마리엘은 요정같이 작은 우주소녀 메모루를 만나 자신이 품은 고독감을 하나하나 풀어가게 되고, 몸도 마음도 점차 건강해지게 된다.

리루루 행성인. / 야후재팬 갈무리
리루루 행성인. / 야후재팬 갈무리
리루루 행성인은 높이 10㎝쯤의 키를 가지고 있으며, 행성사람 모두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설정 자료에 따르면 고깔모자는 헬멧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나뭇가지도 리루루 행성인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루루 행성 사람들의 천적은 고양이다. 이들은 고양잇과 동물을 ‘고로냥'이라 부른다. 설정 자료에는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하는 사고를 일으킨 것이 ‘고로냥의 수염' 때문이다. 지구에 불시착한 리루루 행성인은 모두 246명이다.

리루루 행성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지구인인 마리엘도 알아들을 만큼 유사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길이 단위는 ‘리를루'다. 계란 크기는 300리를루로 설정됐다. 리루루 행성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줄다리기'로 결정한다.

각본가 유키무라 슌이치(雪室俊一)가 지금은 없어진 애니 잡지 아니맥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인간의 본심과 밖으로 드러내는 표현은 다른 세상에도 있을 수 있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줄다리기다"라고 밝혔다.

그림책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수준 높은 작화

애니메이션 고깔모자 메모루는 1980년대 작품 중에서도 수준 높은 작화 품질을 갖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은 마치 그림책을 움직이는 동화로 옮긴 듯한 인상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메모루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메모루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메모루 그림을 완성시킨 사람은 여성 애니메이션 제작자 ‘히메노 미치(姫野美智·본명 다카하시 미치코)’와 ‘타다노 카즈코(只野和子)’다.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한 히메노 작화감독은 1975년 그렌다이저를 시작으로 1979년 ‘베르사이유의 장미', 1984년 ‘유리가면', 1986년 ‘세인트세이야' 등의 작품에서 캐릭터의 모습을 창조해 낸 인물이다.

타다노 작화감독은 1984년 ‘고깔모자 메모루'를 시작으로 1992년부터 시작된 인기 애니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캐릭터 디자이너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마니아들 사이서 인지도가 높은 게임 ‘전장의 발큐리아'도 그가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애니메이션 연출은 현재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약 중인 ‘사토 쥰이치(佐藤順一)’가 맡았다. 사토 감독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 ‘세일러문' 시리즈, ‘마녀 도레미', ‘아리아(ARIA)’ 등 수많은 명작 제작에 참여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현지서 인기를 끈 고깔모자 메모루는 1985년 사토 감독의 손에 의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고깔모자 메모루, 마리엘의 보석상자(とんがり帽子のメモル マリエルの宝石箱)’란 이름으로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 작품이 제작돼 1985년 비디오테이프와 레이저디스크(LD)로 출시됐다. OVA 메모루는 TV판을 재구성하고 편집한 작품이다.

메모루는 TV방영이 한창이던 1984년 출판사 코단샤(講談社)의 만화잡지 월간 캐롤을 통해 만화 콘텐츠도 연재됐다.

고깔모자 메모루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고깔모자 메모루 주제가도 높이 평가한다. 작품의 내용을 가사로 녹여낸 애니 제목과 같은 이름의 주제가는 당시 동요 가수로 활약하던 야마노 사토코(山野さと子)가 불렀다. 가수 야마노는 애니메이션 성우로서도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