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애호가들 중 ‘벤츠는 심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균형감은 좋지만 역동성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는 이런 일부의 아쉬움을 잠재우기 충분한 다양한 제품군을 시장에 내놓는다. 1967년 다임러-벤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르하르트 메르허가 세운 작은 튜닝회사 AMG는 오늘날 벤츠의 고성능 부문 담당하는 자회사가 됐다.
한계 모르는 강력한 힘, 날렵한 몸놀림도 일품
AMG GT 4도어는 2종의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서킷에서 만난 차는 V8 터보 엔진을 탑재한 최상위 메르세데스-AMG GT 63 S 4매틱 4도어 쿠페다. V8 4.0리터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639마력, 최대 토크 91.7㎏·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서킷에 올랐다. 가속페달을 밟는 답력과 차의 반응 사이에 적응이 필요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인스트럭터의 선행 주행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즈음 직선구간에 돌입했다. 페달을 깊이 밟을 새도 없이 몸이 뒤로 쏠릴 정도의 힘을 뿜어냈다. 시승하는 내내 어떤 상황에서도 여력을 충분히 남기고 달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킷 아닌 일반 도로 위에서 이 차의 온 힘을 다 쏟아낼 상황은 매우 드물 것이다.
차체가 단단하고 서스펜션 세팅이 훌륭하다는 증거다. AMG GT 4도어 쿠페는 벤츠 CLS와 기본 차체는 공유하지만, 고성능에 버틸 수 있도록 보강재를 곳곳에 더했다. 여기에 GT 63 S에는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AMG 라이드 컨트롤 플러스)’를 적용했다. 주행 속도와 도로상황에 따라 몸놀림을 영리하게 추스린다.
후륜 기반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 ‘AMG 퍼포먼스 4매틱 플러스' 역시 차와 궁합이 좋다. 앞뒤축에 필요한 힘을 실시간으로 배분해 안정감을 더한다. 고속주행이나 코너링 상황에서는 액티브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과 리어 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이 한쪽 바퀴가 과도하게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돕는다. 주행속도에 따라 뒷바퀴도 조금씩 방향을 바꿔 매끄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기술이다.
쿠페 특유의 유려한 디자인, 곳곳에 역동성 담아
차 크기는 길이 5050㎜, 너비 1955㎜, 높이 1455㎜다. GT 63 S 4도어는 4인승, 트렁크에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실용성을 강조했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췄지만 일상 생활에서 패밀리카로 손색 없도록 한 제품 구성이다.
제원표 상 숫자만큼 차가 커보이진 않는다. 낮고 유려하게 흐르는 지붕선, 앞으로 길게 뺀 보닛 등이 주는 날렵한 인상 때문이다. 전면부의 커다란 그릴에는 고성능을 짐작케 하는 장치가 숨어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는 액티브 에어패널이 숨겨져있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조절하고, 공기저항을 제어한다.
4도어 GT 시장에 등장한 강력한 도전자
‘쿠페 = 2도어' 라는 공식은 오랜 시간 자동차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유려한 지붕선을 만들며 뒷좌석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벤츠 CLS가 등장하기 전까지 4도어와 쿠페의 조합은 생각치 못했던 것이었다.
고성능에 실용성을 겸비한 GT 시장에서 포르쉐 파나메라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파나메라가 4도어 패스트백의 원조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벤츠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AMG가 독자 개발한 세 번째 신차가 4도어 GT라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도전자' 벤츠가 내놓은 4도어 쿠페가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