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 '끝판왕' 이정훈 서울반도체 회장…그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김동진 기자
입력 2019.10.23 06:00
글로벌 기술 기업과 수십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펼쳐 연전연승을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서울반도체다. 2000년 중반 이후 여러 기업과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였다. 100여건의 소송 중 무려 60여건을 이겼다. 지금까지 한번도 지지 않았다.

서울반도체 로고 / 서울반도체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반도체는 1987년 3월 설립됐다. 1992년 이후 본격적으로 LED 제조기업으로 발돋움해 2002년 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LED를 비롯한 기술 특허 1만4000여개를 가졌다. 주력은 ▲실내외 조명 ▲자동차 ▲IT ▲자외선 등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LED다.

이 회사는 이달에도 특허소송 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미국 텍사스 법원에 프라이즈일렉트로닉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판결로 프라이즈일렉트로닉스는 필립스 TV와 미국 조명사 파이트(Feit) 제품 등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서울반도체 19개 독자 특허 기술 / 서울반도체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반도체의 특허 19개를 침해했다. ▲LED 빛을 넓은 디스플레이에 균일하게 조사하는 ‘백라이트유닛렌즈(BLU렌즈:Back light Unit Lens) 기술▲일반 PCB 조립라인에서 패키지 없이 LED 칩을 기판에 직접 납땜할 수 있는 세계 최초 ‘WICOP 기술’(Wafer Level Integrated Chip on PCB) ▲패키지 내구성 향상 기술 등이다.

이에 앞서 서울반도체는 9월 26일에도 미국 LED 전구 온라인 유통채널 ‘1000bulbs.com’을 운영하는 ‘서비스 라이팅 일렉트리컬 서플라이즈’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특허 침해 제품에 대한 영구 판매금지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회사 역시 LED 전구를 만들 때 쓰이는 서울반도체의 핵심 특허 10개를 침해했다. ▲좁은 면적 안에 다수의 LED 칩을 집적하는 ‘멀티칩 실장 기술(Multi Junction Technology)’ ▲전류 변환 및 회로 제어 통합 장치인 드라이버(Driver) 기술 ▲패키지 내구성 향상 기술 등이다.

서울반도체 최근 소송 주체 및 결과 / IT조선
독일 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8월 22일 승소판결을 받았다. 미국 마우저 일렉트로닉스가 유통한 대만 LED 제조사 에버라이트의 '2835 LED 패키지' 제품이 LED 내구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서울반도체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독일 지방법원은 해당 제품의 판매 금지는 물론, 2017년 2월부터 판매된 제품도 회수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반도체는 9월 5일 독일 만하임 법원에 유럽 전자기기 유통회사인 ‘콘래드일렉트로닉’을 상대로 스마트폰 플래시 LED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6월 4일에는 LED 특허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 LED 조명 제품 유통 업체인 로이취스타크 베트립스를 상대로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4월 25일에는 자사 LED 드라이버 특허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조명회사 사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이 소송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숱한 소송전을 한번도 지지 않는 비결이 뭘까. 서울반도체측은 ▲매출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규모 전략 ▲타협 없는 정면돌파 전략 ▲새로운 시장 및 고부가가치 부문을 사전 공략하는 선점 전략을 꼽았다. 업계는 무엇보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회장의 강력한 특허 수호 의지를 높이 산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회장 / 서울반도체 제공
이정훈 회장은 장발로도 유명하다. ‘삼손’이라고 불리운다. 10여년전 세계 1위 LED 기업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의 소송전 때부터 유지한 긴머리다. 그는 당시 소송에 이길 때까지 머리카락을 깎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서울반도체는 니치아의 파상적인 특히 침해 소송 공세를 견뎌내고 특허 상호 공유와 소송 취하로 싸움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무리하지 말라는 숱한 조언을 물리치고 니치아와 맞싸운 결과다.

해피엔딩이었지만 이 회장은 장발을 계속 고집했다. 그의 특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기겠다는 의지는 동일한데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수로 바뀌었다. 세계 곳곳에서 나오는 특허 침해를 가만두지 않는다.

끊이지 않는 특허소송에 이제 질릴 만도 한데 이 회장은 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까. 제조업을 하는 그에게 특허전쟁은 곧 생존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제조업이 성장하려면 특허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기술을 탈취한 기업에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서울반도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018년 9.91%에 이른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전자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서울반도체보다 아래다. 특허싸움에 목숨을 걸고, 또 지지 않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서울반도체는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표적인 중견 기술제조기업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기술 제조업에서 업력 30년 이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서울반도체는 셀트리온, 케이엠더블유 등 몇몇 중견업체와 함께 기술 제조 중소기업들의 희망이 됐다.

최근 일부 대기업까지 휘청거리면서 제조업 붕괴론까지 거론되는 우리나라다. 서울반도체와 같은 한우물을 판 전문 중견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회사의 해외 특허 소송 승리 하나가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 배나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로 치면 한국시리즈나 월드시리즈의 첫승만큼 짜릿하다.

이정훈 회장의 바람도 이와 맞닿았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가 꿈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많은 젊은이와 중소기업의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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