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업계 양대 제조사 니콘·캐논은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 시기에 최고급 DSLR 카메라를 선보인다. 1999년 니콘 D1, 2001년 캐논 EOS 1D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이어진 이 전통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니콘은 9월 플래그십(기함) DSLR 카메라 D6을 2020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캐논이 23일 동급의 DSLR 카메라 EOS 1D X 마크 III 개발 계획을 알렸다.

니콘 D6(왼쪽)와 캐논 EOS 1D X 마크 III. / 제조사 제공
니콘 D6(왼쪽)와 캐논 EOS 1D X 마크 III. / 제조사 제공
이들의 역사가 시작된 2004년과 현재 디지털 카메라 시장 환경은 판이하다. 1998년 태동기에 이어 2010년 전성기를 맞은 이 시장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유행을 이끌고 발전 방향을 제시한 니콘 D 및 캐논 EOS 1D 시리즈지만, 쇠락한 업계 분위기를 반전할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밀려난 DSLR 카메라가 설 자리는 더욱 좁다는 평가도 나온다.

니콘 D6·캐논 EOS 1DX 마크 III…자동 초점과 동영상 등 기본기 강화

니콘은 D6 개발 발표 당시 제품 외관을 제외한 기계 성능을 밝히지 않았다. 전 모델 니콘 D5와 외관을 비교하면 펜타프리즘부 및 모드 다이얼이 다소 커졌다. 무선 전송이나 GPS, 새로운 촬영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립부 디자인, 셔터 릴리즈 버튼 부위의 각도도 다소 바뀌었다. 전 모델 니콘 D5가 완성형에 가까운 DSLR 카메라였던 만큼, 니콘은 D6의 자동 초점과 동영상, 연속촬영 등 기본기를 다듬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선 전송 기능 향상, 차세대 메모리 멀티 슬롯 탑재 가능성도 높다.

캐논은 EOS 1DX 마크 III의 성능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이미지 센서와 처리 엔진이 대폭 개선된다. 4K 60p UHD 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하는데, 10비트와 캐논 로그 등 전문가용 비압축·고화질 촬영 기능이 대거 추가된다. 외장 저장 장치 없이 카메라 본체에 비압축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차세대 고속·대용량 메모리 CFExpress 듀얼 슬롯이 배치된다.

무선 파일 전송기를 장착한 캐논 EOS 1DX 마크 III. / 캐논 제공
무선 파일 전송기를 장착한 캐논 EOS 1DX 마크 III. / 캐논 제공
연속촬영 속도(초점과 밝기를 실시간 조절)는 광학 뷰 파인더 사용 시 초당 16매다. 라이브 뷰 사용 시에는 초당 20매다. 자동 초점 센서도 크게 개량된다. 초점 검출 영역의 민감도가 28배 늘어 정확성을 높인다. 딥러닝 기능도 갖춰 배경과 피사체를 구분,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포착한다.

캐논 EOS 1DX 마크 III는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을 지원한다. 이 때 화면 내 대부분(세로 100%, 가로 90%) 영역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스포츠, 사진 기자를 위한 유선 랜 및 무선 파일 전송기 속도는 이전 제품보다 2배 빨라진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어난다.

나날이 줄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마지막 플래그십 DSLR 될 가능성도

니콘 D와 캐논 EOS 1D 시리즈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 유행을 이끄는 플래그십 카메라였다. 이 전통은 2016년까지 이어졌다. 니콘 D5는 탁월한 고감도와 연속촬영 성능으로, 캐논 EOS 1DX 마크 II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포함한 높은 완성도로 화제가 됐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상황은 어렵다. 스마트폰에 밀려나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 2019년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2017년의 50%~60%선(CIPA,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 2019년 조사 결과)에 머무른다.

DSLR 카메라 시장 상황은 더욱 나쁘다. 작고 가벼운데다 성능까지 우수한 미러리스 카메라에 상당한 시장 규모를 내줬다. 최고급 성능을 가졌지만, 본체 무게만 1㎏ 남짓으로 무거운데다 가격이 비싼 DSLR 카메라를 선택할 사용자는 제한적이라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니콘 D6·캐논 EOS 1DX 마크 III를 마지막으로 플래그십 DSLR 카메라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 주력이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던 2000년대 초반과 흡사하다.

전통 깊은 니콘 필름 플래그십 SLR 카메라 F 시리즈는 2004년 나온 F6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다. 캐논도 2000년 출시한 필름 최고급 SLR 카메라 EOS 1V를 8년간 생산하다 2018년 단종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