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대신 그래픽·신경망 등에 선택과 집중
ARM 아키텍처 쓰며 모바일 AP 역량 강화 뜻
중국과 대만의 통합칩과의 경쟁 대응 차원도
미 연구소 구조조정 불필요한 오해 불식 필요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모바일 CPU 개발을 중단키로 한 것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 ACL(Advanced Computer Lab) 소속 스마트폰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연구·개발 인력을 감축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CPU 대신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등 다른 부문에 집중해 스마트폰 AP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신 AP 엑시노스990.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최신 AP 엑시노스990. /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AP는 CPU와 GPU, 주기억장치 및 저장장치, 입출력장치로 구성된다. 여기에 통신 모뎀을 넣으면 통합 AP가 된다. CPU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작업 대부분에 쓰이는 주 연산 장치다. GPU는 게임, 사진이나 영상 등 화면 관련 성능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가졌다. 지금까지 엑시노스에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이 만든 CPU와 GPU를 탑재했다. 엑시노스 일부 모델에 한해 삼성전자가 ARM CPU를 자체 개량한 CPU가 적용됐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을 중단키로 한 것은 이 분야다.

삼성전자의 CPU 개발 중단이 곧 엑시노스 개발 중단은 아니다. ARM CPU를 사용해 계속 엑시노스 AP를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CPU 대신 GPU, NPU 등 스마트폰 AP의 다른 성능 향상 방안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6월 GPU 명가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GPU 설계자산 업무협약을 맺었다. GPU 성능을 높이면 게임, UHD 콘텐츠 재생과 스트리밍 등 화면 관련 성능도 좋아진다.

NPU도 삼성전자의 관심사다. NPU는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높인다. 음성 및 사진 인식, 화면 혹은 피사체 자동인식 등 각광 받는 스마트폰 관련 기능을 만들 때 NPU는 필수다. 고해상도 콘텐츠와 게임 재생, 인공지능 기능은 5G 스마트폰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10월 공개한 최신 AP 엑시노스 990에는 2세대 NPU가 두개 탑재된다. 이를 통해 초당 10조회 이상 인공지능 연산을 해낸다. CPU 대신 화면 처리와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함께 높여 5G 시대에 걸맞는 스마트폰 AP 및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삼성전자가 CPU 개발에 필요한 역량을 5G 통합 AP 경쟁으로 돌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화웨이는 IFA2019에서 5G 통합 AP ‘기린990’을 집중 홍보했다. 대만 미디어텍은 중저가 5G 통합 AP를 2020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5G 통합 AP 엑시노스980을 9월 선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관계자는 "CPU 개발 중단은 GPU를 비롯해 엑시노스 성능 향상안을 다각도로 고려한 절차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엑시노스 제품명은 980, 990 등 세자릿수로 정해지며 기존 엑시노스 9xxx 등 네자릿수 제품 개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연구개발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지만 제조라인은 그대로 유지한다. 내년까지 잡힌 팹 투자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로 연구개발 인력 상당수의 해고가 불가피하다. 자국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까지도 미국내 투자를 독려하는 트럼프정부에 자칫 밉보일 수 있다. 가전까지 포함해 미국 내 투자 전략에 대한 삼성의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