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시장 발전을 위해 오늘도 많은이가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널리 알려지지 못한다. 심지어 오해도 산다. 현실에서 상상하기 힘든 부정적인 사건이 오해를 타고, 예술 시장 전반의 이야기인 것처럼 퍼지고는 한다.

얼마 전 대기업 소장품 담당자와 인터뷰할 때 이러한 이야기를 또 들었다. 예술품 가치 평가의 ‘신의 성실’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치 평가사가 기업 소장품 가치를 평가할 때 뒷돈을 받고,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 가치 평가서를 써준다는 내용이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엔티크(antique) 가구, 자동차, 예술품 등을 소장한다. 소장품은 기업 자산 항목이기에, 매년 가치를 평가해 자산 현황에 반영해야 한다. 이 때 소장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가치 평가사다.

이전엔 기업 소장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았다. 기계, 설비 등 유형자산 처리해 감가상각을 반영했다. 자연스레 내용연수가 지나 감가상각이 끝나면 소장품의 가치는 0원으로 매겨졌다. 이 때 예술품을 팔면 대규모 자본이익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공짜(?) 자본이익이 반복되면, 감가상각을 반영한 예술품 및 기업 소장품 가치 평가에는 회계 조작이 반영되기 쉬워진다.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기 위해 예술품 가치를 평가하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러다보니 기업은 예술품 가치 평가 전문가에게 기업 소장품의 가치 평가를 의뢰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문 예술품 가치 평가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자연스레 예술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평가 내용 및 과정이 비공개 처리되는 것이 대부분이자, 일반적 관행이 됐다. 이래서 예술품 가치 평가의 신의성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품 가치 평가의 신의 성실에 대한 의문은 한국 예술시장 전체를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자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다.

기업은 소장 작품이 저평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경우 재무제표상 자산 감소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예술 시장은 매우 불투명한지라 가치를 정확히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가치 평가사가 기업의 소장 작품의 가치를 원하는 대로 부풀려 가치 평가를 해 준다’는 의혹은 기업에게는 충분한 매력이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인 분식회계다. 범죄다. 필자는 거짓으로 가치 평가서를 써주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예술계 전문가가 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뒷돈을 받고 거짓으로 가치 평가서를 쓴다? 상상 이상으로 중대한 범죄 행위다.

한국 예술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간의 인간적· 금전적 관계가 복잡하게 엮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인의 부탁 또는 뒷돈에 눈이 멀어 신의 성실의 의무를 저버릴 만큼 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한평생 예술 시장에서 종사하며 소위 내노라하는 전문가의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이해 관계 혹은 돈 몇 푼에 터무니 없이 질 낮은 시장 훼손 행위를 할 만큼 타락했다고도, 나쁜 인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음모론이라고 본다. 예술품 가치 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에 생겨난 음모론이다.

예술품의 가치 평가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이 음모론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들 투명성은 ‘예술 시장은 갖가지 요소 때문에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대중에게 신뢰를 심어 줄 것이다. 나아가 예술 시장 규모 확장을 부르고, 공정한 예술 생태계의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뒷돈을 받고 거짓으로 예술품 가치 평가서를 작성하는 비윤리적인 일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러한 일이 실제 자행된다면? 개인의 탐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다.

이는 수많은 예술계 관계자에게 의도적으로 손실을 입히려는, 악의로 가득한데다 무책임한 행위임을 꼭 알아야 할 것이다.

예술 시장에서 비윤리적 행태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모든 관계자가 입을 다물 정도로 우리 예술계가 부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음모론으로 예술계 전체가 피해를 입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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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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