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90년대 초 PC의 대중적 보급과 함께 윈도 운영체제(OS)를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면서 IT 업계 왕좌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퇴장과 스티브 발머의 한계로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새로운 IT 혁신 기업 들이 시가총액 1조원을 향해 가고 있을 때 MS는 힘을 잃고 있었다. 혁신성을 잃고 이미 관료화된 조직으로 변한 것이다.
반전은 전망과 달리 외부의 명망가가 아니라 20년 가까이 MS에서 일한 사티아 나델라가 3대 CEO로 발탁되며 시작한다. 4년 만에 시가총액을 3배 이상 띄우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타임지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사회를 향한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내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나 배넌 같은 보좌진들의 백인우월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동이 일어나자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을 존경, 공감, 기회가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천재형 경영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관료화된 조직에 개인 경쟁보다 팀워크를 강조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 같이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바깥으로는 경쟁적으로 독점적인 위치를 고집하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산업계 안에서 협업하는 파트너 전략으로 바꿨다. MS 클라우드에 리눅스 오픈소스를 택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전략은 MS클라우드 활동 영역을 넓혔다. MS가 늦게 출발했음에도 아마존에 이어 클라우드의 2위 자리를 지키게 한 중요한 결정이다.
그는 실적보다 다양성을 위한 활동이나 행동들을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다양성과 존중하는 문화를 단순히 말로만 강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MS의 새로운 핵심 가치로 자리잡게 했다.
사실 사티아는 공감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다. 그는 입사 면접 때 "길에서 우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911에 연락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달려가 안아 준다"고 했어야 했다. 이랬던 그가 세 아이 중 첫째가 선천적 뇌성마비를 앓게 되면서 공감의 가치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소셜미디어 활동이 왕성해 팔로워가 수백만이나 되는 부사장을 지명해 세계를 돌게 했다. 고객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서다. 소통한 고객 요구를 회사 정책과 서비스에 반영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공부를 잘해 유명학교를 나왔거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형 인물은 아니다. 인도의 공대를 나와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다.
다만 기존의 틀과 문화를 바꾸고 실천할 혁신적 사고와 행동력이 남달랐다.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를 숭배(?)했다. 경쟁보다 협력을 추구했다. 또한 엄청난 독서를 한다고 알려졌다.
그는 대한민국이 교육을 시켜야 할 ‘미래형 인재’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교육 당국이 깊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교육부가 전격적으로 2025년까지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서열화를 해체하고 공정한 교육환경을 위해 일반고의 틀에서 교육을 시키겠다는 취지다. 일반고 내에서 교과 특성화를 강화하고 교육환경 혁신을 위해 2조2000억, 또 일반고 전환을 위해 1 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학교 리모델링, 무선망 구축, 인공지능 융합형 교사 육성, 온라인 교육과정 개발 계획도 밝혔다. 뜯어보면 철학의 변화없이 겉모습만 바꾸려 한다.
우선 미래 교육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없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벌어진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교 형태, 입시 전형 방법 등 껍데기만 바꾼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합법적 제도 속 불공정’이 일어났다고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고 정시를 늘리려 한다.
청년들과 학부모가 화가 난 것은 학교 제도나 입시 방법이 아니다. 성적이 나쁘고 가정 형편까지 좋은데 장학금을 계속 받았다든지, 부모 덕분에 더욱 쉽게 스펙쌓기를 했다든지, 부당한 방법으로 논문저자에 올리고 표창장을 발급받은 부도덕과 불법적 행위는 제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이런 불공정 행위와 무관하다.
또 학교가 서열화 되었다고 하나 사실 특목고가 생긴 배경은 특정지역의 사교육이 극심해 지역별 차등화가 심해지는 걸 공교육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 틀 안에서 나름 사학 이념을 세우고 사재를 털어 교육을 해온 교육사업자들은 하루 아침에 공교육으로 학교를 넘기는 위기에 처했다.
수월성,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려고 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교육의 틀을 시행령 하나로 바꾼다는 것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 결정 방식이 위헌적이며 독재적이다. 이후 헌법소원, 집권 남용과 같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향해 간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에 걸 맞는 미래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지 고민할 때다. 이러한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청사진부터 먼저 내놓는 것이 순서 아닌가. 그런 다음에 학교를 뜯어고치든, 교과과정을 바꾸든, 입시제도를 바꾸든 해야 할 것 아닌가.
미국 대입제도는 곧잘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명문대 입학 경쟁은 우리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미국 부자들도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렇지만 미국 대입 제도는 긍정적인 게 더 많다. 대학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입학생을 발탁한다. 한편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에게는 풍부한 장학 기금으로 학업 기회를 제공한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실력과 잠재력을 입증하면 취업 문이 열려있다. 승진 기회도 있다. 이민자 출신 사티아 나델라야말로 이 과정을 거쳐 초일류기업의 CEO 자리까지 올랐다. 이런 인물이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나온다.
교육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특목고를 폐지하고 정시를 늘리는 것이 진정 공정을 향한 것인지, 또 나델라 같은 인재를 키우는 길인지.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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