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증거인멸·법정모독 조기패소 요청"…SK이노 "정정당당히 임할 것"

김동진 기자
입력 2019.11.14 16:21
LG화학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측이 소송 후 증거인멸을 시도, 법정을 모독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이 공개한 증거목록 94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4월 29일 피소에 앞서 4월 8일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에게 ‘자료를 삭제하라’는 메모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2일에는 사내 75개 관련 조직에 LG화학 관련 파일·메일을 목록화한 엑셀 시트 75개를 첨부, 삭제 지시서를 발송했다는 것이 LG화학의 주장이다. 이 엑셀 시트에는 3만3000개 이상의 파일과 메일 목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돼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음에도 지금까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ITC는 10월 3일 "980개 문서 중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며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로고. / 제조사 제공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ITC의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 ITC와 LG화학 모르게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 9월 말부터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고도 비판했다. 근거는 10월 28일 SK이노베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증인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사내 콘퍼런스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 관련 상세 영업비밀 자료가 첨부된 SK이노베이션 직원의 이메일을 들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 ▲ 57개의 LG화학 소유의(Proprietary) 레시피 및 명세서(Recipes and Specifications) 등을 공유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직자를 고용할 때 발생할 법적 리스크에 따라 마케팅, 생산 분야 인력은 ‘Low Risk’, 배터리 셀 연구개발 인력은 ‘Intermediate Risk’ 또는 ‘High Risk’로 분류해 관리한 내용도 발견됐다.

LG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어진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원고(LG화학)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위원회가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측은 LG화학의 주장에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충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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