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이 35㎜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를 공개할 때, 사용자들은 교환식 렌즈군을 주목했다. 가장 주목받은 렌즈가 F0.95 개방 조리개를 탑재한 대구경 단초점 렌즈 니콘 니코르 Z 58㎜ F0.95 S Noct(이하 니콘 Z 58㎜ F0.95 S 녹트)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이 렌즈는 1977년작 ‘니콘 녹트 니코르 58㎜ F1.2 AI’의 장점 및 상징성을 계승한다. 영어 단어 ‘Nocturne(밤의, 야행성)’에서 이름을 따올 만큼 우수한 야간 촬영용 렌즈라는 칭송을 받았다.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 선명하고 밝은 사진을 만들어 오늘날 마니아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명품 단렌즈다.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전 모델의 이름과 초점 거리, 대구경 조리개를 계승했다. 최고급 광학계 및 마감도 새로 갖췄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니콘 Z 58㎜ F0.95 S 녹트, 35㎜ 미러리스 카메라 Z7와 이틀간 사용해 봤다. 고화질과 만듦새, 수많은 명성을 가진 최고급 렌즈를 디지털 카메라로 즐길 수 있다는 쾌감은 각별하다.

대신, 이 렌즈를 쓰려면 비싼 가격과 무겁고 큰 부피를 감당해야 한다. 소형 경량이 미덕인 미러리스 카메라와 어울리지 않는 렌즈라서 아쉽다.

35㎜ 규격, 화질 향상용 특수 코팅에 압도적인 F0.95 조리개 가져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의 광학계는 10군 17매다. 수차를 줄이는 저분산 렌즈 4매, 왜곡을 억제하는 비구면 렌즈가 3매 포함됐다. 대구경 연삭 비구면 렌즈도 포함된다. 일반 글래스몰드 비구면 렌즈보다 성능이 높다.

렌즈군 내부에는 빛 반사 억제용 나노 크리스탈 코팅과 아르네오 코팅, 대물 렌즈에는 내구성 향상용 불소 코팅이 각각 도포됐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본체 크기는 153 x 102㎜, 무게는 2000g에 달한다. 표준 초점거리를 가진 단초점 렌즈지만, 부피는 망원 단초점 렌즈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수동 초점 렌즈다. 두터운 초점 조절 링이 배치됐다. 마운트 주변 둘러싼 콘트롤 링에는 조리개와 노출보정, ISO 감도 등 촬영 설정을 할당해 쓸 수 있다. L-Fn 버튼에 촬영 설정을 저장, 뷰 파인더를 보면서 각종 촬영 설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렌즈 정보 패널에는 제품 로고, 초점 거리 혹은 조리개 수치가 표시된다. Disp 버튼을 눌러 이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트렁크 케이스, 금속제 후드가 기본 구성품이다. 트렁크 케이스 렌즈 수납부 아래에는 숨겨진 수납부가 있다. 이 곳에 니콘 Z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를 두대 넣을 수 있다.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를 Z7에 장착했다. 렌즈를 지탱할 삼각대 마운트도 기본 사양이다. 렌즈는 방진방적 처리됐으며 대물 렌즈 82㎜ 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 고화질, 배경흐림 및 빛 표현 능력 인상적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35㎜ 규격 렌즈로 58㎜ 초점 거리를 지원한다. 표준이지만, 실제 준망원에 가까운 초점 거리라 인물 사진을 비롯해 피사체를 강조하는 촬영에 잘 어울린다. 풍경이나 스냅 촬영에도 응용할 수는 있으나 구도 선정 시 살짝 까다롭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최단 촬영 거리는 50㎝, 촬영 배율은 0.19배다. 근접 촬영 성능도 수준급이다. 초점 조절 링이 움직이는 범위가 매우 넓다. 초점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 조작 시 시간과 수고가 들어간다는 단점을 함께 가진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조리개는 F0.95에서 F16까지 조절할 수 있다. 2019년까지 출시된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 중 개방 조리개가 가장 밝다. 얕은 심도, 셔터 속도 확보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한밤중에도 1/15쯤의 셔터 속도를 쓸 수 있게 해준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조리개는 11매, 원형으로 구성돼 원형 빛망울 및 배경흐림 효과를 낸다. 광학계에 처리된 각종 특수 코팅 덕분에 수차나 플레어, 고스트 등은 0에 가깝게 억제된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이 렌즈는 수동 초점 렌즈다. 초점을 조절하기 다소 까다롭지만, 미러리스 카메라 본체에 있는 라이브 뷰와 피킹(초점이 맞은 부분을 강조해 표시하는 기능), 확대 기능과 병용하면 쉬워진다. 초점 조절 링이 두껍고, 동작 범위가 렌즈를 반바퀴 이상 돌 정도로 넓어 정밀하게 초점을 조절할 수 있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전설의 렌즈’다운 성능은 좋지만, 무겁고 크고 비싸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7과 Z 58㎜ F0.95 S 녹트.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장단점이 아주 명확한 렌즈다. 장점은 압도적인 개방 조리개와 화질이다. 현존 렌즈 가운데 최고 수준인 F0.95 개방 조리개는 배경흐림, 셔터 속도 모두 확보한다. 특수 렌즈와 코팅 덕분에 왜곡도, 수차도, 빛 번짐이나 산란도 느낄 수 없다.

니콘 Z7에 Z 58㎜ F0.95 S 녹트를 장착하고 파인더를 보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밤, 평소 볼 수 없고 담을 수 없던 풍경을 찍을 수 있게 된다. 밤을 지배하는 렌즈라 할 만하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특징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두드러진다.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크고 무겁고 비싸다. 전 모델 니콘 녹트 니코르 58㎜ F1.2 AI(74 x 51.5㎜, 465g)와 비교해 니콘 Z 58㎜ F0.95 S 녹트는 크기는 두배 이상, 무게는 네배 이상 무겁다. 가격도 세배쯤 비싸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의 가장 큰 단점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매력인 소형 경량과 완전히 배치되는 렌즈라는 점이다. 니콘 Z7, Z6처럼 작고 가벼운 고화질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을 희석하고야 만다.

아무리 좋은 렌즈라도 카메라와 합한 무게가 3㎏에 육박한다면, 쓰기 부담스럽다. 라이카 M과 M 녹티룩스 50㎜ F0.95, 성격과 성능이 비슷한 35㎜ 카메라·수동 초점 렌즈 조합과 비교하면 단점은 더 두드러진다.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Z 58㎜ F0.95 S 녹트 사진. / 차주경 기자
크고 무겁고 비싸지만, 그럼에도 니콘 Z 58㎜ F0.95 S 녹트의 매력은 선명하다. 밤이 되면 이 매력은 두배, 세배로 커진다. 이 렌즈가 그리는 광경을 뷰 파인더를 통해 보면 어느 사이엔가 무게와 부피는 신경쓰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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