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그라비티는 한동한 직접 개발한 신작 출시가 뜸했다. 이 탓에 이 회사가 개발보다 퍼블리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기도 했다.

그라비티가 지스타2019에 신작 게임을 무려 8종이나 공개하고, 개발 중인 게임의 시연 빌드까지 무더기로 쏟아내 바깥의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 전시장에서 게임을 시연하려는 방문객의 줄이 길게 늘어서 오랜 만의 신작 흥행 전망을 밝게 했다..

신작 8종은 ▲ '라그나로크 오리진 ▲라그나로크X 넥스트제너레이션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스 ▲라그나로크 택틱스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 ▲미스 나오미의 퍼즐 ▲퍼들드 머들드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다.

지스타 2019 그라비티 전시장을 찾아 게임을 시연하는 방문객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지스타 2019 그라비티 전시장을 찾아 게임을 시연하는 방문객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신작 8종 중 주력으로 꼽히는 작품, ‘라그나로크 오리진’

신작 8종 중에서도 주력은 단연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라그나로크 오리진’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 생성 이후 왕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라비티에 따르면 오리진은 라그나로크 원작 감성을 모바일에 담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그래픽 수준이나 게임성은 원작 PC 게임보다 향상할 예정이다. 캐릭터 눈이나 코, 표정 등 작은 요소에도 세부 애니메이션을 넣어 섬세하게 표현했을 정도다.

정일태 그라비티 온라인사업팀장은 "라그나로크 지식재산권(IP) 활용 게임 이름을 정할 때 230개 후보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오리진’이라는 이름은 특별했다"며 "기술적으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시연 영상. / 오시영 기자

게임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오리진은 캐릭터를 도트 2D 그래픽으로 표현했던 원작과 달리 캐릭터까지 풀 3D로 만들었다. 다만 외곽선 있는 카툰 렌더링 방식을 활용해 만화 같은 분위기는 계속 살렸다.

이에 더해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시스템과 소품을 대거 추가하고, 가까이서 이를 감상할 수 있다, 캐릭터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이용자는 반길 것으로 보인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논타겟팅 방식으로 진행한다. 적이 없어도 공격할 수 있고, 스킬을 터치하면 범위가 마치 다중접속대전게임(MOBA)을 할 때처럼 표시된다. 모바일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논타겟팅 방식으로 다수의 적에게 스킬을 적중시키는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하얀색 데미지 폰트나, 스킬 사용 시 말풍선으로 스킬 이름을 외치는 장면은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시절’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라그나로크 오리진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사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계획으로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판호 문제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그라비티는 중국을 제외한 해외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려던 게임인 탓인지 최근 중국에서 ‘핫’한 여성향 게임 특징도 담았다.

정일태 팀장은 "여성 이용자에게 MMORPG를 선보일 때 핵심 포인트는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한 시스템을 다수 넣었다"며 "이에 더해 콘텐츠 측면에서도 여성이 좋아하는 카메라 촬영이나 귀여운 탈것은 물론, 무도회, 잡지 등 독특한 시스템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잡지 시스템은 현실 세계의 잡지에서 인기 스타가 지면을 장식하듯, 랭킹이 높거나 스타일이 좋은 이용자를 소개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직접 잡지 표지 모델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라그나로크 택틱스 대표 이미지. / 오시영 기자
라그나로크 택틱스 대표 이미지. / 오시영 기자
태국 시장에 먼저 출시해 좋은 성적 거둔 ‘라그나로크 택틱스’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전략을 중시하는 시뮬레이션 역할수행게임(SRPG)이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즐기는 기존 라그나로크 IP 게임과 달리 택틱스는 몬스터에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는 몬스터 군단을 이끌어 적과 겨룬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택틱스를 8일에 태국에 선보였다. 애플 앱스토어 기준 매출 순위 2위, 인기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달성 이후 유지하는 중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매출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오픈 이후 4일 만에 얻은 성과로, 기존에 서비스하던 라그나로크 모바일의 순위도 뛰어넘었다.

서찬호 그라비티 제품매니저(PM)는 "태국 이용자는 전략을 세워 겨루는 게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친구를 사귀는 등 커뮤니티 기능에 중점을 둔 기존 라그나로크 게임과 달리 택틱스는 전략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그나로크 M이 이미 인기를 끄는 태국에 택틱스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내부잠식(Carnivalization)을 걱정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출시해보니 이용자들이 두 게임을 모두 번갈아 가면서 즐겨 내부 잠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2020년 상반기 한국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 시연 영상. / 오시영 기자

신작 중 유일한 PC 게임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는 원작보다 100년 이른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횡스크롤 액션 MMORPG다. 그라비티는 이 게임을 PC 플랫폼에서 선보인다.

전투보다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조한 원작 게임과 달리,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는 전투와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적의 공격은 피하고, 내 공격은 적중시키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논타겟팅 스킬로 다수의 적을 쓸어담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액션에 집중하면서도 라그나로크 특유의 아기자기함은 잘 살렸다. 캐릭터, 몬스터, 배경 등 디자인에서도 원작의 느낌이 있었다.

최현진 YT 스튜디오 기획팀장은 기획 의도에 대해 "라그나로크 원작을 살펴보면 전투 비중도 생각보다 상당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을 제작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횡스크롤 액션 플레이 경험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 보니 PC 게임으로 선보이게 됐다"며 "물론 정교한 조작을 지원하는 모바일게임도 있으나, 키보드로 즐기는 PC 게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표 사진. / 그라비티 제공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표 사진. / 그라비티 제공
놀이동산, 취미, 일상 담은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

라그나로크X는 단순한 라그나로크의 재현을 넘어 새 해석을 가미한 풀 3D MMORPG다.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은 현대적인 배경 세계관 시점을 의미한다. 기존 라그나로크 IP보다 현세대에 가까운 시간적 배경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그래픽 면에서도 맵 전체를 마치 ‘놀이동산’ 같은 형태로 구성했다.

라그나로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부분은 또 있다. 일상 취미를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전투 직업군 외에도 낚시, 원예 등을 바탕으로 하는 번외 직업군을 선택할 수 있다. 낚시를 하고 식물을 길러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시스템이 주 콘텐츠 중 하나다.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전작에 이어 방치형 게임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2’

이 게임은 9월 19일 출시한 방치형 게임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의 후속작이다. 전작은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8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라비티는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를 3D 그래픽으로 제작한다. 전작보다 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추가할 예정이다.

정일태 팀장은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는 IP를 잘 계승해서 방치형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잘 발전시킨 사례다"며 "다만 전작이 나온 지도 얼마 안됐기 때문에 2는 아직 개발·기획 단계로, 이용자가 실제로 만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더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레트로 게임 향수 부르는 이야기 담았다, ‘더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

이름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게임도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다만 세계관 안에서 새 이야기를 담는다.

시네마틱 뉴트로 RPG라는 독특한 장르 이름이 눈길을 끈다. 이 게임은 이야기를 진행할 때, 과거 레트로 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 이름이 붙었다.


▲나오미 퍼즐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심심풀이 3매치 퍼즐게임, ‘나오미 퍼즐’

그라비티는 최근 다양한 장르 게임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나오미 퍼즐은 이런 분위기에서 개발하는 3매치 퍼즐게임이다.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이 아니다. 퍼즐 게임의 경우, 북미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게임 장르다.

정 팀장은 "독특한 장르로 개발하는 게임의 경우, 만약 게임이 예상만큼 잘 되지 않아도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대만에서는 ‘그라비티는 앞으로도 모두가 아는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퍼들드 머들드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퍼들드 머들드 대표 이미지. / 그라비티 제공
IQ테스트 같은 게임, ‘퍼들드 머들드’

퍼들드 머들드도 나오미 퍼즐과 마찬가지로 라그나로크 IP와 무관한 게임이다. 그라비티는 이 게임을 GROW라는 독특한 장르로 개발한다.

이용자는 버튼 7개를 활용해 이용자가 퀴즈를 풀고 기억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패턴을 찾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IQ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