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성공을 예상하셨나요? 한국의 노래와 춤은 이미 세계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수준을 스스로 과소평가했기 때문이죠.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창업의 계기입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 퓨리오사AI 제공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 퓨리오사AI 제공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영화 ‘매드맥스'의 주인공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IT조선은 18일 서울 신사 퓨리오사AI 사무실에서 백 대표를 만났다.

퓨리오사AI는 ‘AI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데이터센터 등의 서버에서 AI 성능을 최적화할 반도체를 개발한다.

백 대표의 자신감은 퓨리오사AI가 가진 높은 수준의 기술력에서 나온다. 퓨리오사AI는 최근 글로벌 AI칩 벤치마크 테스트 'MLPerf'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 받았다. MLPerf는 구글과 바이두, 하버드 등 유수의 기업과 대학이 주최하는 글로벌 AI 칩 성능 테스트다.

테스트에 참여한 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AI 칩으로 이미지 처리, 언어 번역 등 까다로운 과제를 일정 수준의 정확도로 수행해야 한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퓨리오사 AI만이 과제를 수행해 결과를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물체 감지, 이미지 처리 등 AI 칩 성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AI반도체를 제품화하면 세계 유수의 I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

퓨리오사AI ‘MLPerf’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 퓨리오사AI 제공
퓨리오사AI ‘MLPerf’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 퓨리오사AI 제공
퓨리오사AI를 이끄는 백 대표는 1996년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에 입학 후 이민을 떠났다. 이후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에 편입했다.

그는 전공 공부를 할수록 ‘AI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 확신했다. 세계적인 기술 기업 AMD에 입사해 GPU 설계팀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이어가던 그는 창업을 결심, 2017년 4월 퓨리오사AI를 설립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 김동진 기자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 김동진 기자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도전에 나선 이유를 묻자, 백 대표는 ‘안정보다는 미래를 이끌 기술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혁신가가 되려는 성향도 한몫했다’며 웃는다.

그는 "기업에서 일하며 위대한 설계를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무엇보다 실리콘 칩을 만드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미래를 주도할 AI의 핵심은 뇌의 역할을 담당할 AI반도체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설립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백 대표는 "3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현재 25명이 됐다. 이만큼 인력을 모은 것 자체가 기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안정적인 위치에 있던 고급 인력들을 미래 가능성, 말 그대로 벤처에 뛰어들게 만드는 일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다"며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AI라는 공감대, 그 AI를 움직이는 AI반도체 개발에 대한 열망을 말하자 인재들이 움직였다"라고 말한다.

기업을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을 묻자 백 대표는 "AI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의 여건이 여러모로 취약한 게 사실이다"라며 "전방 산업이 발전 단계에 있다 보니 칩을 개발해도 수요가 부족하다.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이 이 기술에 관심을 두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네이버는 퓨리오사AI의 주요 투자자다. 네이버는 2017년 퓨리오사AI 창업 당시 투자를 시작으로 최근 두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2017년 갓 창업한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AI반도체 기술의 중요성과 기업 역량에 공감했기 때문이다"라며 "퓨리오사AI는 지난 2년간 도전적인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2020년 실리콘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라며 "MLPerf 결과를 통해 퓨리오사AI 설계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어떻게 실리콘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작업에 상당한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퓨리오사AI는 다시 도전을 앞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향후 데이터센터에 AI 칩이 무수히 장착될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센터를 우선 타깃으로, 자율주행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라고 전한다. 퓨리오사AI의 최종 목표도 전한다. 그는 "세계 최고의 AI 칩을 만드는 것, 그 하나뿐이다. 그 전까지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는 응원의 말도 전했다. "대기업도 개발을 어려워하는 AI 반도체에 도전했을 때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 퓨리오사AI는 없었을 것이다. 노력해서 실력을 쌓고 자신감으로 전진하라. 안될 것이라 생각 말고 자신을 믿어라. LOV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