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재정신청서를 냈다. 명목상으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 탓을 들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늘어나는 넷플릭스 트래픽을 감당하는 데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늘어나는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 대응을 위해 2018년부터 꾸준히 망을 증설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평균 접속속도는 여전히 국내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는 1월 말 넷플릭스 접속 지연 및 화질이 떨어진다는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주로 넷플릭스용으로 쓰는 해외망 회선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늘렸다. 이후에도 가입자 증가 추세에 맞춰 수차례 망 증설 작업을 했다. 하지만 접속 속도는 기대와 달리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통신사별 10월 황금시간대 접속 속도.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통신사별 10월 황금시간대 접속 속도.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0월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 접속 속도 분석 자료를 보면, SK브로드밴드는 2.58Mbps로 9월(2.57Mbps) 대비 미세하게 빨라졌지만 여전히 국내 통신사 중 최하위에 그쳤다.

넷플릭스와 제휴 중인 LG유플러스의 속도는 4.38Mbps로 9월(4.32Mbps) 대비 빨리지며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딜라이브(3.83Mbps), 3위는 KT(3.66Mbps)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만큼 트래픽도 상승하기 때문에 2019년에만 수차례 망 증설 작업을 했다"며 "수십억 비용이 들었는데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방통위에 중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10월 기준 200만명쯤이다. 2018년 10월 대비 81만명(147%) 늘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수익만 챙길 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는 9차례 협상을 제의했지만 넷플릭스가 응하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한 관계자는 "망 증설로 인해 넷플릭스 속도가 빨라지기 보다 유지하는 수준이다"라며 "캐시서버 설치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넷플릭스가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재정 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 재정을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90일을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2020년 5월 중순까지다. 분쟁 당사자 간 합의를 주선하고, 결과가 없을 경우 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재정 결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