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망 이용대가 문제로 방통위에 중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을 망 이용대가 협상 테이블에 앉힌다.
글로벌CP가 통신3사의 LTE 네트워크에서 유발하는 트래픽은 상위 10개 사업자가 발생하는 전체 트래픽 8127TB의 67.5%에 달한다.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은 국내 발생 트래픽의 40%쯤을 차지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는 글로벌CP 가운데 ‘몸통’은 구글인 셈이다.
20일 통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협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구글의 협상 테이블 착석 여부다"라며 "방통위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통신사의 타깃은 구글로 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재정 신청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통신사에 돈 한푼 내지 않고 통신망에 무임승차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여론이 필요하다"며 "망 이용대가 협상과 관련한 여론이 조성되면 구글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CP는 최근 망 이용대가를 내는 대신 한국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이슈를 무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넷플릭스 대변인은 "세계 1000개쯤의 ISP와 협력하며 무상으로 오픈 커넥트(캐시서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한다"며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고 말했다.
10월 4일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도 캐시서버 설치를 통해 망 사업자에게 비용 절감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2018년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 대비 진전한 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 관련 질문에는 세계적으로 무정산 방식이라고 답변하며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국내 ISP는 글로벌 CP와 중재나 대화가 적정한 망 이용대가를 산정하는 협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시서버 설치 등 합의로 매듭지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CP의 캐시서버 설치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국내CP에 준하는 수준으로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통신3사의 공통적인 목소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