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및 채권, 부동산 투자가 대부분인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유효한 대안 투자로 각광 받는 것이 예술품 투자라는 점을 앞서 칼럼을 통해 강조했다.

그에 맞춰 세계 예술품 투자, 아트 파이낸스 규모는 꾸준히 성장했다. 2019년도 마찬가지다. 딜로이트(Deloitte)와 아트택틱(ArtTactic)이 발행한 ‘Art & Finance Report 2019’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세계 예술품 담보대출 규모는 210억~24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24조5721억~28조824억원이다.

2017년 세계 예술품 담보대출 규모 147억~176억달러(17조2019억~ 20조5955억원)보다 약 35% 성장한 셈이다. 이들은 이 시장이 지난 5년간 매년 15%~20%씩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추정한다.

세계 은행 및 경매회사, 부티크(Boutique) 대출 기관이 예술품 담보 대출을 주로 맡는다. 가장 많은 대출이 이뤄지는 기관은 단연 은행이다. 이 부문 최신 데이터를 보자. 2019년 8월 기준 은행에서 이뤄진 예술품 담보 대출 금액은 180억~200억달러(21조600억~23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세계 예술품 담보 대출의 80% 이상이 은행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시티은행(Citi Private Bank),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U.S. Trust), JP모건(J.P Morga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Wealth Management) 등, 내로라하는 세계 은행 거의 모두가 예술품 담보 대출을 활발하게 시행한다.

가장 먼저 예술품 담보 대출을 시행한 은행은 시티은행이다. 1979년 시티 예술 자문 서비스 (Citi Art Advisory Service)를 통해 우수 소비자에게 담보 대출을 진행한 것이 효시다.

나아가 세계에서는 예술품 담보 대출 관련 다양한 금융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대출은 개인과 화랑(갤러리, 경매회사, 아트 딜러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개인은 자금 조달의 목적뿐 아니라 유동성 창출을 통한 수익 증진 목적으로도 예술품 담보 대출을 이용한다.

예술품 담보 대출로 만든 유동성을 다른 자산에 투자하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술품 판매 시 절세 효과, 수수료 절약 효과까지 얻는다.

세계 예술품 담보 대출 시장이 이처럼 순조롭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안 투자로서 인정 받은 것, 꾸준히 늘어난 수요 및 여러 기관의 참여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아트 파이낸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2019년 세계 예술품 담보 대출의 90%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세계 예술품 거래 40%가 이뤄지는 대형 시장이자 선도 시장이다. 미국은 동산 담보 대출 제도가 잘 만들어져 있다. 이를 예술품 담보 대출까지 확대 적용한 것.

세계 선도 시장이 아트 파이낸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도적 뒷받침 등 토대를 세우자 전체 시장이 해마다 15%~20%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주요 예술품 거래 시장, 유럽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류가 생기고 있다. 유럽은 예술품 담보 대출을 부정적으로 본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겪은 이들은 예술품 담보 대출을 전당포에 가서 돈을 융통하는 것과 유사하게 인식한다. 이런 유럽에서도 최근 예술품 담보 대출을 위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출 규모도 점차 커진다.

세계 예술품 담보 대출 시장은 이처럼 활발하고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예술품 담보 대출 시장은 아주 소극적이다. 몇년 전 소수 저축은행이 잠시 예술품 담보 대출을 시행했지만, 실패로 끝난 탓에 부정적 인식만 늘렸다.

그저 실패한 과거,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 한국은 동산 및 예술품 담보 대출 관련 법률과 제도, 모두 활성화되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금융위원회가 2018년부터 동산 담보 대출 활성화 전략을 내놓고 활동에 나선 점이다. 여기에 발 맞춰 한국 아트 파이낸스 업계도 해외처럼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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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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