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흥시장 동남아를 집중 공략, 좋은 성과를 냈다. 이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며 새 소비자를 잡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중저가 제품군 확대에 나선 삼성·LG전자 등 우리 기업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6S’.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6S’. / 삼성전자 제공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시장조사업체 IDC의 보고서를 인용, 인도네시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오포와 비보가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IDC에 따르면 오포는 2019년 3분기 인도네시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6.2%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사 비보도 점유율 22.8%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3위로, 중국 리얼미, 샤오미 등과 함께 점유율 10%대를 기록했다.

오포·비보·리얼미·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2019년 3분기 인도네시아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4%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 증가한 수치다.

2019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분석표. / IDC 제공
2019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분석표. / IDC 제공
인도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IDC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2019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8년 3분기 점유율 22.6%보다 줄었다. 출하량도 일 년 사이 960만대에서 880만대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 상위 5위권에 든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나머지 네 자리는 모두 중국 제조사가 차지했다. LG전자는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비보, 리얼미, 오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10%대를 기록했고, 출하량도 함께 늘렸다. 1위를 차지한 샤오미도 시장 점유율은 2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지만, 출하량은 90만대 가량 증가했다.

중국 제조사가 동남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가격 경쟁력’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선보이는 스마트폰 가격대는 100달러(12만원)부터 폭넓게 형성돼 있다. 30만원~60만원대 중저가 모델이 주력 제품이다. 이들은 제품 라인업도 다각화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신흥시장 공략의 고삐를 더욱 세게 쥔다. GSM아레나에 따르면 오포는 25일 신제품 레노 시리즈 공개를 시작으로 2020년 상반기까지 15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도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신제품을 두 개 이상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포 스마트폰 ‘레노 10x 줌’. / 오포 제공
오포 스마트폰 ‘레노 10x 줌’. / 오포 제공
삼성·LG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자개발생산(ODM) 적용 확대에 나선다. 중국 업체 주도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ODM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9월 윙테크를 통해 첫 ODM 스마트폰 ‘갤럭시A6S’를 선보인 데 이어, 2020년에는 ODM 대상을 보급형인 갤럭시M시리즈까지 확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ODM을 저가 모델에서 중가 보급형 모델까지 확대해 매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키 페브리안 IDC 인도네시아 애널리스트는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들의 공세가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