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화학·SK이노 연일 거래선 확대
BMW, 폭스바겐, 테슬라 등 러브콜 잇따라
유럽 포함 유망 시장 적극 공략
셋 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 톱10 진입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제조사 3사가 세계 완성차 업체로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규모를 적극 늘린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1위 미국, 2위 중국이 침체 분위기인 틈을 타 이들은 거래선을 넓혔다. 9월에는 세계 배터리 공급물량 ‘톱10’에도 진입했다. 새로운 공급 계약을 속속 성사시키는 등 향후 전망도 밝다.

배터리 3사 로고 / 홈페이지 갈무리
배터리 3사 로고 / 홈페이지 갈무리
배터리 3사는 중국·일본 배터리 업체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완성차 업체로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을 늘려간다.

삼성SDI는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 및 재규어, 크라이슬러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한다. 20일 BMW와 5세대 배터리셀을 위한 장기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600㎞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다. 거래규모는 29억유로(3조8000억원), 공급기간은 2021년부터 10년이다.

삼성SDI는 2009년 BMW 전동화 전문 브랜드 ‘i’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연을 맺었다. 이후 2014년과 2019년, 5년 단위로 대규모 업무협약을 발표하며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간다. 지난 2014년 당시 양사는 배터리셀 공급 확대는 물론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개발 및 글로벌 사업 전개를 포함하는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아우디와 쉐보레, 포드와 크라이슬러,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세계 대형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벤츠와 BMW, 르노와 재규어, 지리자동차 등도 LG화학 배터리를 쓴다.

LG화학은 올해 중국 지리자동차에 배터리 납품을 시작했다. 양사는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협약도 체결했다. 자본금은 1억8800만달러(2200억원), 지분율은 50:50으로 동등하다.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 신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목표 생산량은 연 10GWh, 전기차 15만대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 회사는 파나소닉에 이어 테슬라에 유력 배터리 공급사로 물망에 올랐다. BMW와도 연을 맺고 있다. BMW의 12V 전장 시스템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LG화학 제품이다. 12V 시스템은 자동차 시동용 4V 배터리를 교체, 출발가속이나 정속주행 등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적은 비용 투자로 자동차 효율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현실적인 친환경 기술'로도 불린다.

 2020년 출시 예정인 폭스바겐 전기차 ID.3. 폭스바겐은 최근 국내 배터리 3사와 동시에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 안효문 기자
2020년 출시 예정인 폭스바겐 전기차 ID.3. 폭스바겐은 최근 국내 배터리 3사와 동시에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 안효문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 흐름을 기회로 삼았다. 폭스바겐 신형 전기차 ID.3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성사시켰다.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 외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도 납품받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자동차 제조사 한곳에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올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냈다. 배터리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 3사 모두 9월 세계 배터리 공급물량 기준 상위 10위권에 안착했다.

LG화학은 629.8MWh, 삼성SDI는 274.8MWh, SK이노베이션은 108.8MWh의 배터리를 각각 공급했다. LG화학은 3위, 삼성 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둔화됐다. 테슬라 판매 부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단기 충격으로 해석된다"라며 "배터리 제조사 3사는 주요 납품처인 유럽 시장의 폭발적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에 맞춰 상승 효과를 누리며 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방한한 안드레아스 벤트 BMW그룹 구매·협력 네트워크 총괄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미래 이동성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전기 이동성과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부문에서 한국 협력사는 BMW그룹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