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이 IPTV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하자 케이블TV(SO) 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영세한 지역SO일수록 고민이 크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생존 의지를 다지는 곳도 있다. 바로 KCTV제주방송(이하 제주방송)이다.

제주방송은 최근 국내 최대 규모 뉴스 스튜디오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4K급 화질로 뉴스를 송출한다. LED 사이니지는 길이는 17.2m, 높이는 3.2m에 달한다. LED 사이니지는 공간 활용도가 높다. DLP 큐브 프로젝터 방식에 비해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 조명과 카메라 움직임이 더 자유롭다. 기존 방송국 뉴스 스튜디오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비디오월이나 DLP 큐브 스크린이다.

KCTV제주방송 뉴스 스튜디오./ KCTV제주방송 제공
KCTV제주방송 뉴스 스튜디오./ KCTV제주방송 제공
LED 사이니지는 수십 대 조명 아래서도 밝기와 해상도가 균일해 선명한 화면을 구현한다. 최근 트렌드처럼 앵커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카메라도 이동하는 동적인 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도 가능하다.

공대인 KCTV제주방송 대표(전무)는 대형 스크린에 과감한 투자한 배경으로 "제주방송은 지상파 채널 사이인 7번채널이다"며 "지상파와 자연스럽게 비교대상이 되다보니 내부적으로 방송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선거방송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기존 스크린으로는 공간의 제약을 있었다"며 "2020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공 전무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대형 LED 사이니지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사전 공부도 철저히 했다. 그는 "1년 동안 다른 방송사 사례들을 살폈다"며 "스크린 가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스튜디오투자에 들어간 비용은 30억원쯤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제주방송 연간 영업이익(2018년 83억원 기준)의 36%에 달한다.

지역과의 상생 중시

제주방송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도 중시한다. 280명이 넘는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공 전무는 "청소하는 분들도 정규직이다"며 "보통 IPTV와 SO들은 콜센터, AS기사, 전송망구축 모두 아웃소싱을 하지만 제주방송은 전부 정규직이며, 오래전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자체 제작한 다문화 콘텐츠도 좋은 성과를 거둔다. 최근 자체제작 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퐁 세 가족은 다문화 2세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등 다문화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 KCTV제주방송 제공
./ KCTV제주방송 제공
공 전무는 지역 전체의 이슈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주도가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은 지역인 점을 감안해 콘텐츠 제작을 했다"며 "처음엔 시트콤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드라마 제작으로 확장한 것처럼 점차 다문화 콘텐츠 제작에 무게를 실으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방송은 UHD 송출에도 대비한다. 공 전무는 "아직 준비 단계지만, 장기적으로는 UHD 송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카메라와 편집기를 구매했다"며 "이번에 도입한 스크린도 UHD 카메라로 잡아도 뒷배경이 깨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수천억 투자엔 칭찬, 중소기업 수십억 투자는 조명 못 받아"

제주방송은 투자가 활발한 개별SO 중 한 곳이다. 공 전무는 활발한 투자에도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공 전무는 "수십조원을 버는 대기업이 수천억원을 투자하면 칭찬하지만, 수백억원을 버는 중소기업이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것엔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공대인 KCTV제주방송 대표이사 전무./삼성전자 뉴스룸 갈무리
공대인 KCTV제주방송 대표이사 전무./삼성전자 뉴스룸 갈무리
그럼에도 제주방송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제주방송은 이통3사와 경쟁하기 위해 FTTH 구축을 서둘렀다. 공 전무는 "소비자들이 빨라진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가정 내 광케이블(FTTH)을 다 구축했다"며 "인터넷 가입자가 5만2000명쯤인데 이중 60%가 광랜이나 FTTH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무선사업 확장도 고려 중이다. 공 전무는 "그동안 IPTV 결합상품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무선 통신사업을 하지 않다 보니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작은 와이파이 존을 만든다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선 사업들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공 전무는 대기업 위주로 형성되는 시장을 방치하는 정부에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결합상품 문제는 이미 포기했다"며 "하지만 현금살포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며, 대기업 위주의 시장형성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이후 지역성 훼손 우려가 크지만, 과거에도 과감히 투자해 앞으로 나아갔듯이 하던 대로 열심히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