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이 일본 수입에 의존하는 필수 소재 ‘전도성 금속잉크’를 대체할 복합잉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소재·잉크 제조 전문 기업 대성금속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도 목전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정희진 박사, 이건웅 박사(왼쪽부터) / KERI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정희진 박사, 이건웅 박사(왼쪽부터) / KERI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ERI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희진 박사팀은 구리와 ‘그래핀’을 이용해 복합잉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은 흑연의 표면층을 한겹만 떼어낸 탄소나노소재다. 구리보다 전기를 100배 이상 잘 흘리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이 빠르며,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을 잘 전달한다. 다양한 전기·전자 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현재 전도성 금속잉크의 주요 소재는 귀금속 계열 은(Ag, Silver)이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안 되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다. 특히 고품질 ‘은’ 잉크의 경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해 그동안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았다.

은과 유사한 전기 전도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은 1/10로 저렴한 구리(Cu, Copper)도 있다. 하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돼 전기가 흐르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KERI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열 전도성이 우수해 금속 소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 가능한 ‘그래핀’에 주목했다.

이건웅·정희진 박사팀은 신소재 그래핀을 구리와 합성해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

연구개발자인 이건웅 박사는 "구리 잉크의 산화에 의한 전기적 불안정성을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라며 "전도성 잉크 소재 분야의 대일 수입의존성을 탈피하고 기술 자립화를 실현할 대형 성과다"라고 전했다.

KERI는 이 기술을 금속소재 및 잉크 제조 전문기업인 대성금속에 이전했다. 대성금속은 월 1t 규모의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2020년 1분기에는 생산량을 월 10t 규모까지 확대한다.

대성금속은 디스플레이·모바일 기기 배선전극에 기술을 우선 적용해 조기 상용화에 나선다. 추후 자동차 전장 부품 및 배터리로 기술 적용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