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 눈독

김연지 기자
입력 2019.12.04 06:15
제약·바이오 업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
성공만 하면 잭팟…1회 투여에 수 억~수 십억원 규모
유전자 치료제 업체 인수전·협력·생산시설 구축 박차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유전자 치료제는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부에 투입해 증상을 고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과거 질병 치료가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개념이다.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한다는 점과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 시장이 연평균 41.2%씩 성장해 2018년 10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19억6000만달러(13조9000억원)규모로 증가한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빠른 성장은 유전자 치료제가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도 기존 제약사 욕구를 자극한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이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갖춘 기업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거나 아예 기술 기업을 인수에 나서는 이유다.

./픽사베이 갈무리
글로벌 제약사, 관련 기업 인수·파이프라인 확대에 박차

시장조사업체인 BIS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6억2130만달러(약 7365억원)로 세계 시장에서 58%쯤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2억4640만달러(약 2921억원), 23% 점유율로 그 뒤를 잇는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이 가장 선두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시장 규모가 약 6500만달러(약 770억원)로 아시아 시장(2억350만달러·약 2412억원)의 32%를 차지한다.

글로벌 제약사 중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유독 눈독을 들이는 곳이 노바티스와 화이자다.

노바티스는 2017년 8월 세계 첫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세포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선두 제약사로 올라섰다.

킴리아는 혈액암 치료제로 알려졌다. 환자로부터 T세포를 분리해 종양을 인지, 제거하도록 유전자를 엔지니어링한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개인 맞춤형 유전자 변형 T세포 치료제인 셈이다.

노바티스는 올해 5월에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척수성근위축증(SMA) 유전제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1회 투약 시 25억원 소요)’의 FDA 허가를 획득했다.

노바티스는 자체 신약 개발에만 열중하는게 아니다. 관련 기업 인수 전략도 적극 펼치고 있다.
실제 노바티스는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갖춘 더 메디신스 컴퍼니를 97억달러(약 11조446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신약 ‘인클리시란’을 개발한다. 인클리시란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혈중 LDL 수치를 떨어뜨리는 RNA 치료제(리보핵산 치료제·환자 몸에 들어가 체내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도록 도와주는 등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꼽힘)다.

화이자는 2014년 12월부터 스파크 테라퓨틱스와 협업해 혈우병 B환자를 위한 SPK-9001을 공동 개발한다. SPK-9001은 혈우병B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단일 투여로 1년까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화이자는 또 2016년 8월에는 뱀부 테라퓨틱스를 인수해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및 유전성 신경질환인 카나반 질환과 거대축삭신경병증 유전자 요법 라인업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상가모 테라퓨틱스와 SB-525를 포함한 혈우병 A 유전자 치료제 개발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SB-525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신속허가 대상으로 지정됐다.

국내 업계 "악재에도 도전 멈춰선 안돼"

국내 바이오 업계도 유전자 치료제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유전자 치료제 관련 업체는 글로벌 제약사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생산 시설 투자 등에 집중한다.

녹십자는 세포치료제 전용 공장 투자를 지속한다. 에스엘바이젠은 세포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생산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틸렉스, 앱클론, 큐로셀 등 카티(CAR-T) 개발사도 GMP시설 구축에 여념이 없다.

시설 구축 외에도 유전자 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업체)와 협력 관계 구축도 이어진다. 항암 신약개발업체 진메디신은 항암 아데노바이러스 및 유전자 치료 신약 임상을 위해 글로벌 CDMO 업체인 우시ATU(WuXi ATU)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정개발과 바이러스은행 구축, 바이러스 특성 분석, 상업용 스케일의 GMP 시료생산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유전자 치료제 핵심으로 꼽히는 ‘치료물질 전달 정확성’을 공략하려는 국내 업체도 여럿이다.

앞서 국내 대표 유전자 치료제 업체로 꼽힌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의 품목 허가 취소, 임상실패 등 악재에 자칫 국내 바이오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유전자전달체와 유전자가위기술 등을 보유한 토종 기업이 많아지면서 아시아 1위 규모로 성장한 만큼 악재때문에 우위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린다.

최근 유전자 치료제 전달물질 관련 바이오벤처를 세운 한 업계 관계자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제의 전달 정확성에 주목하는 업체가 많다"며 "유전자 치료제가 특정 부위에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는 기술과 관련해 미팅을 요구하는 업체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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