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감사 의도적 기피한 과학창의재단, 내부 고발 문건 등 내홍 확산

류은주 기자
입력 2019.12.04 16:55 수정 2019.12.04 19:39
한국과학창의재단(이하 창의재단)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의도적으로 기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창의재단 내부 관계자가 만든 고발 문건이 청와대 게시판을 비롯한 외부로 확산되는 등 내홍에 몸살을 앓는다.

4일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본부 소속 내부 직원이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있어 조사를 진행했고 인사처분을 내렸는데, 조사 과정에서 창의재단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창의재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며 "내부 직원이 연루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의재단 측은 과기정통부 감사관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 감사에 응해야 할 담당자들이 휴가와 출장을 핑계로 협조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가 감사 대상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기 어렵다는 메시지만 보낼 뿐 연락은 되지 않았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8월에는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기피한 사실을 놓고 현 감사와 전 감사부장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현직 감사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감사를 지원해야 할 전직 감사부장과 선임연구원이 과기정통부의 조사를 통보받은 다음날부터 휴가와 출장을 가는 등 감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와 일부 직원은 경영진이 감추고자 하는 일이 있어 감사를 기피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전 감사부장은 전 직원에게 곧바로 반박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발송했다. 과기정통부 감사관이 취조 과정에 제보자의 실명을 요구했는데, 제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연락을 받지 않는 등 노력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재단 전 감사부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그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창의재단은 과기정통부의 보직이동 및 징계와 별도로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과기정통부 감사관의 처분을 따르지만, 창의재단은 아직 징계 처분결과를 과기정통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영단 비리의혹 문건 누가 만들었나

과기정통부의 감사 이후 최근 경영단의 비리의혹을 제기한 문건이 나돈다. 과기정통부는 고발 문건이 현 경영단과 다툼이 있었던 내부 직원이 만든 것으로 파악한다. 노조가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노조 측은 이를 부인했다.

IT조선이 확보한 문건에는 현 경영진의 각종 비위 의혹과 주무부처와의 갈등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과기정통부에서 현 경영진을 탐탁치 않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양측 간 소통과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전 감사부장(왼쪽)과 현 감사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IT조선
고발 문건 속 상당수 이슈는 의혹 제기 단계로, 진위여부 파악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 감사부장이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기피했다는 부분과 기존 경영단을 3명으로 줄인 후 경영단 간부 회의와 일반 사업부 간부 회의를 분리했다는 부분, 이사장의 에어드레서 구입, 경영단 최신 PC 구입 등 일부 내용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9년(900억원) 정부지원 수입은 2018년(1157억원)보다 줄었지만, 2016년부터 3년간 25억원대를 유지하던 경상운영비는 2019년 32억600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창의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성진 현 이사장 취임 후 단행된 조직개편 후 내부 직원의 신임 경영단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안 이사장은 취임 후 기존 대외협력팀장, IT팀장, 성과평가팀장 직을 없애는 대신 경영기획단장, 기획평가실장, 경영지원실장을 경영단에 넣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경영단 비위의혹 제기하는 문건 중 일부./ IT조선
창의재단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불만을 누군가 정리해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 같은데, 일부 직원 사이에서 ‘통쾌한 일이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현 경영단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직원은 내부에도 많으며, 무엇보다 간부 회의와 사업부 회의를 분리해 소통을 막은 것은 재단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에는 노조까지 만들어졌다"며 "140명쯤의 직원 중 100명이 가입한 것만 봐도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재단 감사부장(직무대행)은 "회의 운영 방식이 달라진 것은 신임 이사장의 경영방식에 따른 것이다"며 "익명발로 이상한 얘기들이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열린감사실에는 제보가 들어오지도 않아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창의재단은 유독 내부고발 많은 곳, 감사부와 협의해 조치할 것"

과기정통부도 창의재단의 내부고발 상황에 대해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창의재단 감사를 진행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단 측에서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내부 징계 절차에 따라 처분을 내리게 됐다"며 "최근 창의재단 관련 감사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단순 의혹 때문에 감사를 할 수는 없고, 좀 더 사안이 특정돼야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 관계자는 창의재단 경영진과의 갈등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소통 중이며, 전화를 안 받는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재단 경영진 측에서 전화를 안 받는 경우는 있었다"며 "이전부터 창의재단은 다른 산하기관보다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투서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기관장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드레서나 PC 구입 등 경상비 사용 문제는 일일이 보고하지도 않을뿐더러 과기정통부가 관리 감독하는 산하기관이 많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기관장이 규정에 따라 구입했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것 외에도 여러 고발 건이 있기 때문에 이슈를 모아 필요하다면 감사부서와 협의해 적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IT조선은 내부고발 문서에서 거론된 창의재단 간부들에게 문건내용 확인을 위한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부재중이라 담당자가 없다고 하거나, 회의중이라는 메시지만 보낼 뿐 전화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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