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 ‘탱크주의’로 1980~1990년대 한국 경제를 호령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조선 DB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조선 DB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됐으며 1년여 간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베트남에서 지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귀국했으며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20년 만에 자신이 사재를 출연해 세운 아주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1936년 대구 출생인 김 전 회장은 경기중과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까지 섬유회사인 한성실업에서 일하다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45세인 1981년 대우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세우며 펼친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1990년대 자산규모 기준 현대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으로 올려놨다.

1993년에는 소비자 경영 일환으로 배순훈 당시 대우전자 사장과 파격적인 키워드인 ‘탱크주의’를 선언해 주목을 끌었다. 가전제품이 탱크처럼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대우 가전제품 이미지를 한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다.

그룹이 해체된 1999년 직전인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 달러로 당시 한국 총 수출액 1323억 달러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1989년 ‘세계경영’을 기치로 발간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저서는 국민 필독서가 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대우그룹은 1998년 급격한 유동성 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1999년 8월 전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해체됐다.

김 전 회장은 이후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머물며 동남아에서 인재양성 사업인 '글로벌 청년 사업가'을 펼쳐왔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2일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