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빗장을 열고 한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배터리 보조금 화이트리스트로 불리는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추천 목록'에 한국 기업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전기차가 포함돼서다. 중국이 최종 승인을 거쳐 한국 기업에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할지 관심이 쏠린다.

 .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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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기업 보조금 대상에 포함한 中…업계 ‘기대감’ 밝혀

9일 배터리 업계와 중국 매체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2019년 제11차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 추천 목록’ 소식을 전했다. 이 목록에 포함된 전기차는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목록에는 테슬라 모델3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와 베이징벤츠의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가 포함됐다.

테슬라 모델3 전기차에는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다고 알려졌다. 베이징벤츠의 E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에도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이 들어간다.
보조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 기업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열린 것. 업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LG화학은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품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보도에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열려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자국 기업에 지급하던 배터리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전기차 판매량도 급감했다. 이번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 결정은 최근 침체된 중국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주고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3월에도 목록 올랐지만, 중국 정부 최종 승인 거절… ‘신중론’ 나와

다만, 그간 한국 배터리 기업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중국이 쉽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냐는 신중론도 있다. 배터리 납품사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중국 체제의 특성을 고려한 해석이다.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 자국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을 키운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라는 해석도 있다.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지 않아도 세계 시장 경쟁력을 갖췄기에 보조금 범위를 외국 기업으로 넓혔다는 것. 중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시장 판도를 뒤집을 만큼 큰 액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리라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재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숨 고르기 중이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 경쟁력 없는 기업을 솎아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며 "언제든 다시 필요하다면 한국 기업에 차별을 가할 수 있는 체제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라 있는 전기차 배터리 납품사도 한국 기업이 아닌 타국 배터리 업체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보조금이 없어도 될 만큼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성장한 자국 기업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가 10일 발표한 ‘전기차 판가 하락과 중국의 배터리 빗장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추천 목록 확정 ▲목록 포함 모델 중 최종 승인으로 두 단계를 거친다. 지난 3월에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납품하는 전기차가 추천 목록에 올랐지만, 최종 승인 단계에서 거절됐다.

이번에도 목록에 포함된 것뿐, 아직 최종 승인 단계가 남았다. 지난 3월의 경우 목록 등재 이후 최종 승인을 결정하기까지 약 40일이 소요됐다. 중국이 한국 배터리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지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