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가 설계를 넘기고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더는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모바일과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등 기술 발달에 따른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팹리스 디자인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팹리스 기업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 그룹장 / 김동진 기자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 그룹장 / 김동진 기자
송용하 삼성전자 파운드리 그룹장의 말이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11일 서울 강남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융합얼라이언스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 ▲반도체 설계와 개발에 초점을 맞춘 팹리스 회사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는 파운드리 회사(foundry company) ▲반도체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패키징 & 테스트회사(packaging & test company)로 구분한다.

파운드리 업체의 역할, 더는 ‘팹리스 설계 제품화’로 끝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12일 기존 DS(부품)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 있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분기(18.5%)보다 소폭 하락한 점유율 17.8%를 기록할 전망이다.

라이벌인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2019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3분기(50.5%)보다 상승한 52.7%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가 다소 꺾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팹리스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모색하려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파운드리 생태계 개발자들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이프 포럼’(SAFE, 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을 열기도 했다.

강연에 나선 송용하 그룹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술 경쟁에서 파운드리의 역할은 팹리스 설계를 제품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팹리스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4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경쟁력 있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제공 ▲설계·분석 기술 지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운영 프로그램 확대 ▲디자인 하우스(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연결 담당 기업) 기술교육 지원 등이다.

자율주행∙전기차용 반도체 파운드리 미래 먹거리로 주목…까다로운 요구사항은 과제

송용하 그룹장은 신사업 분야로 ‘자율주행∙전기차용 반도체 파운드리 플랫폼’도 언급했다.

그는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와 인포테인먼트 센서 등 자동차 관련 기술이 발달할수록 새로운 수요도 늘어난다"며 "2019년 기준 자동차 한대에 462달러(55만원)어치 반도체가 들어간다면, 2024년경에는 621달러(74만원) 상당 반도체가 자동차 한대에 탑재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2019년 기준 전기차에는 이미 647달러(77만원) 상당 반도체가 탑재된다"며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는 전기차 특성 때문인데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관련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고 전했다.

송용하 그룹장은 "자율주행 시대에 다가설수록 필요한 반도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요구하는 신뢰성과 안전 레벨이 각각 달라 어려움도 발생한다"며 "예컨대 신뢰성이 강조되던 과거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신뢰성 평가규격인 'AEC-Q100'을 만족하는 제품을 생산하면 고객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안전에 대한 규격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인 'ISO26262 기능안전관리(FSM, Functional Safety Management)' 인증을 취득해 ‘신뢰’와 ‘안전’ 두 가지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송용하 그룹장은 "기술의 발달로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가 나오지만, 이 수요를 잡기 위해선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도 수없이 발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