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이벤트 대신 참여해드려요" 넥슨 피파온라인4 대리 풍속도
비공개 PC방 운영해 PC방 접속 이벤트에 대신 참여하는 방식
불법은 아니나 넥슨 운영정책 상 계정 양도 행위는 ‘금지’
계정 도용, 먹튀 사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용자들
이용자 "하루 3시간 피시방 접속 이벤트, 직장인은 참여 힘들어"
넥슨 관계자 "모든 이용자에게 모든 이벤트 혜택 줄 수 없다"

‘피파 대리’…넥슨이 서비스하는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를 즐기는 이용자 사이서는 익숙한 말이다. 이용자 대신 게임 이벤트에 참여해주는 댓가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구글에 ‘피파 대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기만 하면 수많은 업체를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대리 서비스는 타 게임에도 일부 있으나,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피파온라인4다.

대리 이벤트 참여 업체 광고문.
대리 이벤트 참여 업체 광고문.
게임 이벤트 대리 업체는 일반적으로 비공개 PC방을 차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PC방이지만 외부 이용자를 받지 않고, 대리 게임만 전문으로 운영한다. 하루 2시간 접속 기준으로 1주일에 1만원 정도 요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업체 가격은 제각각이다.

‘대리’라는 어감 탓에 불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불법은 아니다. 이런 행위는 ‘대리게임 금지법’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대리게임금지법은 2017년 6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했고, 2019년 6월 25일 적용됐다. 공정하게 겨뤄서 실력을 평가받는 ‘경쟁전’ 등 콘텐츠를 대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넥슨은 계정을 타인에 양도하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 넥슨 운영정책 갈무리
넥슨은 계정을 타인에 양도하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 넥슨 운영정책 갈무리
다만 불법여부를 떠나 이런 행위는 넥슨 운영정책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넥슨 한 관계자는 "계정을 양도하는 행위는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적발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이런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운영정책에 따르면 계정 정보를 타인에게 양도했을 때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이용자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용자가 해킹(계정 도용) 피해나 ‘먹튀’ 사기 등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모양새다. 양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전부 이용자 책임이다. 이 탓에 인터넷상에는 그나마 신용이 있는 업체를 소개해달라는 글이나, 해킹, 먹튀 사기에 당해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킹 피해를 호소하는 한 이용자의 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해킹 피해를 호소하는 한 이용자의 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용자가 직접 이벤트에 참여하면 될텐데, 어째서 대리 업체에 돈을 주고 계정을 맡기는 걸까. 피파온라인은 주기적으로 게임 이벤트를 개최한다. 해당 이벤트는 보상이 매우 후한 편이어서 피파온라인4를 제대로 즐기는 이용자 사이에서는 ‘필수 참여’ 이벤트로 꼽힌다.

다만, 대부분 이벤트가 ‘PC방에서 게임 접속하기’ 등 미션을 내건다. 넥슨이 최근 진행하는 ‘DIY 선수팩 이벤트’가 대표적인 예다. PC방에서 게임에 접속해 진행한다. 매일 포인트를 전부 모으려면 피시방에서 3시간씩 접속해야한다. 집에서 접속하면 포인트를 절반만 모을 수 있다.

이 이벤트를 PC방이 아닌 집에서 참여하면 모두 1108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보상인 ‘핫 톱50 4강화 선수팩’ 가격은 900포인트이므로 1개만 살 수 있다. PC방에서 참여하면 포인트를 2배 얻을 수 있으므로, 해당 선수팩을 2개나 살 수 있다.

피파온라인4 한 이용자에 따르면 해당 보상은 게임 내 재화 가치로 최소 1억BP 이상 선수를 받을 수 있어 모든 이용자가 탐내는 아이템이다. 다소 위험하더라도 보상을 위해 대리 업체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6개월 주기로 진행하는 DIY이벤트 홈페이지, 모든 포인트를 모으려면 매일 PC방에서 3시간씩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 넥슨 제공
6개월 주기로 진행하는 DIY이벤트 홈페이지, 모든 포인트를 모으려면 매일 PC방에서 3시간씩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 넥슨 제공
PC방에 매일 방문해 3시간씩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학생이나 직장인은 자연스럽게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에 눈길을 돌렸다. 이 수요에 맞춰 자연스럽게 일정 금액을 받고 피파온라인4 이벤트를 대신 진행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서비스 차원에서 ‘대리 낙찰’도 진행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적 시장에서 판매한 선수 대금을 받을 때 제휴 PC방에서는 수수료를 12%나 덜 떼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가 많다.

직장인인 피파온라인4 한 이용자는 대리 서비스 없이 이벤트에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오시영 기자
직장인인 피파온라인4 한 이용자는 대리 서비스 없이 이벤트에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오시영 기자
대리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한다는 피파온라인4 한 이용자는 "직장인은 대리 서비스가 없으면 이벤트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다"며 "솔직히 직업이 없는 사람도 이벤트 조건을 전부 달성하려면 매일 직접 PC방에서 3시간씩 보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탓에 피파온라인4 PC방 점유율이 높은 이유에 대리 관행이 한 몫 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는 "넥슨이 PC방 점유율을 올릴 목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단순히 PC방에서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넥슨 한 관계자는 이벤트 달성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벤트에 참여 못하시는 분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참여해주시는 분도 분명 많다"며 "모든 이용자에게 모든 이벤트 혜택을 전부 드릴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주말 등 남는 시간을 이용해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런 이벤트가) PC방 점유율에 영향이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넥슨 제휴 PC방 측에 일정 혜택을 드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